성복임 군포시의회 의장
성복임 군포시의회 의장

올해는 지방의회 3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올해가 지방의회 30년인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낮다. 지방의원이 된 뒤 종종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시의원은 뭐 하는 사람인가?"였다. 그만큼 지방의회와 시민과의 소통 경로가 부족했다.

지방의회 30년을 맞이하면서 제1대 군포시의회 의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의정활동을 했는지 궁금해서 회의록을 살펴봤다. ‘군포시 호적 과태료 부과징수 조례안’에 대한 심의 회의록이었는데, 이 조례안을 심의하면서 과태료 부과에 앞서 시민을 위해 홍보를 우선하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지방의회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나는 환경운동과 시민운동을 하던 중 시민후보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7대 시의회에 입성했다. 예산지킴이 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의회 모니터를 다년간 진행했던 경험과 환경운동을 통해 축적된 경험은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에너지연구모임, 성평등한 군포 만들기 연구모임 등 연구 활동을 통해 시민햇빛발전소 건립과 성평등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 성평등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들이 행정에 반영되면서 시민과 함께 연구하고 행정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8대 의회 후반기에는 의장에 당선되면서 연구하고 공부하며 시민과 소통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역량 강화를 위한 월 1회 주제별 의원 교육, 정책개발을 위한 의원연구단체 활동 지원, 현안별 시민토론회, 월 1회 의원봉사활동 그리고 소통과 견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의정모니터단을 위촉했다. 

의원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의정모니터단 구성이었지만, 9명 의원 전체의 동의로 ‘군포시의회 의정모니터단 구성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공개 모집으로 모니터단을 구성했다. 의회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정모니터단은 단장, 부단장, 총무를 선출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의회는 의정모니터단 교육 강사비와 정기회의 회의비 지원 그리고 모니터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공개해서 불편 없이 모니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니터를 통해 산출된 평가 점수를 의원들의 의정활동 종합평가에 반영한다.

시민에게 신뢰받는 지방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의원들 개개인의 전문성과 시민 눈높이에 맞는 윤리성, 그리고 현장 중심 의정활동이 중요하다. 8대 군포시의회가 줄곧 소통과 공부하는 의회를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 4월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을 때도 군포시의회는 의원 전원이 자발적으로 전수조사를 받았다. 누군가 의혹을 제기한 것도 아니었지만, 시민들에게 의회의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조사 결과 단 한 명의 의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민들은 의회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제 8대 의회도 1년의 임기만을 남겨 놓고 있다. 시간이 선출직 의원들에게만 빠르게 흘러가는 것도 아닐 텐데, 월요일인가 싶으면 어느새 금요일이다.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개인이라면 게으름도 피우고 잠시 쉬었다 가도 가겠지만, 시민이 허락해 주신 4년은 허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의회 30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자치분권 확대와 자치입법권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방의회의 입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의회 의장에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부여하고,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입법보좌관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또한 지방의회 권한을 한 단계 높이는 대신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동안 지방의회 사무직원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보니 언젠가 집행기관으로 돌아가야 하는 공무원이 단체장 및 집행부를 상대로 감시 견제 역할을 하는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근무성적평정,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서 의회의 기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나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가 제 기능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일부 의원들의 일탈 행위로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다 못해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방의원들은 묵묵히 시민에게 허락받은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많은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지방의회가 필요하다. 실망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을 믿고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작고하신 고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고 말씀하셨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함께 발전해야 시민들의 삶이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다. 지난 30년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시간이었다. 이제 다음 세대들이 그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군포시의회는 그 꽃이 하루빨리 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길에 많은 분의 믿음과 참여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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