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내 노후 학교들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이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대표 과제 중 하나인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사업 추진에 나섰다.

 전국의 40년 이상 된 노후 학교를 디지털과 친환경 기반 첨단 학교로 전환하고, 온·오프라인 융합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위해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국비 5조5천억 원(30%)과 지방비 13조 원(70%) 등 총 18조5천억 원을 투입, 전국 노후 학교건물 2천835개 동의 교육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래형 교수·학습이 가능한 첨단 디지털 기반 ‘스마트교실’과 저탄소 제로에너지를 지향하는 ‘그린학교’, 학생 중심의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혁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생활SOC 학교시설 복합화’ 등 총 4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학교를 혁신할 예정이다.

 또 공기 중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서 폐암이나 석면증 및 중피종 등의 질환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과 국내 폐암 발병 원인 중 12.6%를 차지하는 ‘라돈’ 등 어린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물질들도 제거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통해 일자리 15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도 19만여tCO2(이산화탄소톤)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그린스마트미래학교추진단’을 출범하고 관련 사업 시행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그동안 리모델링에 나선 학교들에서는 공사 기간 학생과 교직원이 컨테이너로 제작된 임시 건물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불거졌고, 이로 인해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경기도교육청은 그 대안으로 이동식 학교인 ‘모듈러(Modular)’ 도입을 추진 중이다. <편집자 주>

경기도 지역서 최초로 화성 남양고등학교에 설치된 이동식 학교 모듈러.
경기도 지역서 최초로 화성 남양고등학교에 설치된 이동식 학교 모듈러.

# 경기도교육청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정책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의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 추진에 발맞춰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학습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4월 1일자로 ‘그린스마트미래학교추진단’을 신설했다.

도교육청의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40년 이상 노후 학교를 디지털·친환경 기반의 첨단학교로 바꿔 다양한 미래형 교수·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이다.

현재 경기지역 학교시설의 노후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도내 전체 학교시설(8천763개 동) 가운데 40년이 경과한 노후 건물은 13.3% 수준인 1천166개 동(2020년 기준)으로, 전국 7천980개 동의 14.6%에 달한다.

이 같은 노후도는 향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도내 노후 학교시설의 수가 2025년 1천858개 동(전국 1만1천294개 동 중 16.4%), 2030년 2천405개 동(전국 1만4천286개 동 중 16.8%), 2040년 4천411개 동(전국 1만8천608개 동 중 23.7%), 2050년 7천395개 동(전국 2만9천707개 동 중 24.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화성 남양고등학교에서 이동식 학교 모듈러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화성 남양고등학교에서 이동식 학교 모듈러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2025년까지 도내 40년 이상 노후 학교건물 382개 동에 총 2조4천940억 원(국비 30%·지방비 70%)의 예산을 투입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 행정국 내 단독 기구로 설치된 추진단은 ▶그린스마트기획담당 ▶그린스마트시설1담당 ▶그린스마트시설2담당 3개 팀으로 구성됐다. ‘2030 경기 미래교육을 위해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구축’을 목표로 ▶공간혁신 ▶그린학교 ▶스마트교실 ▶학교복합화사업을 추진·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도교육청은 ▶혁신교육3.0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등 경기교육정책과 연계해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학습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 및 광장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를 조성하고 학생들의 건강한 교육환경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9년 3월 조직 개편에 따라 행정국에 신설된 ‘교육환경개선과’를 통해 공기질을 관리하고 정수기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석면 등 위험물질이 함유된 건축자재를 철거하고 미세먼지 피해 저감을 위해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학교숲 조성을 비롯해 학교시설 내진보강사업 실시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이동식 학교 ‘모듈러’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과 ‘공간 혁신사업’ 등 학교 현장에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시행되면서 그에 따른 리모델링과 개축공사 진행은 불가피하다. 또 일부 신도시 지역에서 학령인구 급증과 급감이 발생하는 등 수시로 변화하는 시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교육시설 이용 역시 필수적이다.

교내 유휴 교실과 특별교실 등을 정비한 뒤 최소한의 설비만 갖춘 채 임시 수업 공간을 확보하는 ‘학교 내 재배치’ 방안이 있지만, 일반교과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면서 교육환경 열악 및 학습 결손 등의 우려와 함께 사용이 완료된 뒤에는 복구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화성 남양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화성 남양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 학교에 여유가 있을 경우 최소한의 공사 및 설비·기자재를 확보해 임시로 사용하는 방식의 ‘인근 학교 이동배치’ 방안도 ‘학교 내 재배치’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수업환경에 따른 학습결손 우려와 급식 불가 등의 문제가 존재하며, 이동배치가 장기화될 시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임시 교육시설이 필요한 학교 대부분은 그동안 ‘컨테이너’를 교내에 설치, 활용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컨테이너 임시 교사는 학생들이 실내에서 이동할 때마다 바닥이 울리거나 복도 또는 옆 교실의 소음이 여과 없이 전달돼 학습권을 침해하고 냉난방 문제 해결이 어려우며, ‘포름알데히드(메탄올의 산화로 얻는 자극성 냄새를 갖는 가연성 무색 기체)’ 등 유해물질 발생 및 협소한 공간 등으로 인해 학습권과 건강권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이동식 학교인 ‘모듈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는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및 화장실 등 건축물의 90% 이상 규격화된 건물(유닛)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설치가 필요한 곳으로 운송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건축 형식으로, 일반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빠른 건축과 이동 및 철거가 쉽다는 장점을 갖는다.

컨테이너 임시교사의 진동과 소음, 누수 및 냉난방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 경기지역 최초로 ‘모듈러’가 설치된 화성 남양고등학교

현재 도내에서 모듈러를 임시 교육시설로 설치·이용 중인 곳은 화성 남양고등학교가 유일하다.

1954년 개교한 남양고는 지난해 12월 노후화된 학교 동관 건물이 도교육청의 안전진단에서 ‘E등급(즉각 사용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 필요)’을 받고 폐쇄 명령이 내려지면서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하는 처지다.

화성 남양고 모듈러 교실 내부.
화성 남양고 모듈러 교실 내부.

하지만 해당 건물 내 3학년 2개 반과 실습실, 과학실, 음악실 등을 학교 내 다른 건물로 이전 배치할 여력이 되지 않자 임시 교육시설 설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뒤 도교육청에서 15억1천4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달 교내 운동장 일부 부지에 지상 2층(총면적 1천116.48㎡) 규모의 모듈러를 임대 방식으로 설치했다. 1층에는 2개 일반교실과 교무실, 미술실, 과학실 등이 조성됐으며 2층은 음악실과 3개 특성화교실로 구성됐다.

모듈러는 동관 개축공사가 완료되는 2023년 10월까지 사용한 뒤 철거될 예정이다.

박장혁(3년)군은 "새로운 건물이라 아직 냄새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수업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모두 갖춰져 있어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없어 다른 친구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재 교장은 "일반 건물에 지어진 교실보단 못하지만, 지금껏 임시 교실로 활용되던 컨테이너는 더위와 추위에 약해 많은 민원을 유발하거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면 모듈러 교실은 내진설계를 비롯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이 사용돼 학생들에게 더 깨끗하고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등 임시 교육시설로서의 활용 가치가 매우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전환했음에도 근본적인 어려움은 지속돼 건물 증축을 추진 중인 안산 해솔초등학교도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사기간 동안 임시 교육시설로 모듈러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등 여러 노후 학교에서 모듈러 도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교육청은 남양고의 모듈러 운영을 지켜본 뒤 증·개축공사가 필요한 과대·과밀 학교 및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 한근수 교육환경개선과장 인터뷰

 "학교 현장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모듈러는 노후 건물 공사기간 동안 임시 교육시설로의 활용을 비롯해 입주 초기에는 신혼부부의 유입으로 학령인구가 급증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유발률이 안정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신도시에서 활용적 가치가 높아 그동안 다양한 문제들이 지적됐던 컨테이너 교육시설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근수 경기도교육청 교육환경개선과장은 모듈러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인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 과장은 "모듈러의 임대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하다 보니 컨테이너 교육시설을 사용할 때보다 3배가량 비싸다는 우려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건물 1개 동을 건축할 때 비용과 비교하거나 모듈러 1개 동을 구입할 때 1억3천여만 원가량이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임대가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과 부산·인천·세종·전북·경북 등 다른 지역의 총 7개 학교에서도 이미 모듈러를 설치해 사용한 사례가 있다"며 "아이들의 생활환경이 더 깨끗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는 점과 설치·철거가 쉬운 점 등을 볼 때 임시 교육시설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과장은 "경기도교육청의 첫 번째 과제는 무엇보다 교육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소음이나 공기질, 먹는 물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 등을 통해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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