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엄수(68)부회장, 박상복(76)회장, 이규매(72)사무국장.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강제 징용을 당한 장본인이나 유족들로서는 매우 괘씸한 판결이죠."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8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하자 강제 징용 피해자와 후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일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서울·기호·호남 포함) 박상복(76)회장과 장엄수(68)부회장, 이규매(72)사무국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는 그동안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은 채 국가 간 또는 정치적 판단으로 오랜 기간 자국민을 고통 속에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2018년 10월 상급심(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한 내용을 하급심 법정에서 뒤집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힘이 없으니 이미 승소했던 판결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뒤집혀 버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이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8개월 만인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해자 승소를 판결한 데 이어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2012년 10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2018년 11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현재 협회에서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이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서 맡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쓰비시에서 받지 못한 임금 및 적금을 달라는 내용이라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결과가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장 부회장은 "국가적 차원이 아닌 개인 소송의 일환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 국가 이슈에 결부시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일본 민간단체마저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20년 전 피해자들의 ‘살아있을 때 결과를 보고 싶다’는 호소가 이어졌음에도 그 결실을 후손들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당장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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