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영 용인시의회 의원
전자영 용인시의회 의원

용인에 사는 2014년생 이병준은 1979년생 전자영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고교평준화가 시행되기 이전인 25년여 전, 고등학교를 수원으로 다닐 수밖에 없었던 용인 지역 청소년들은 수원에 사는 또래들보다 보통 두 시간가량 일찍 잠에서 깨야 했고, 두 시간 늦게 잠들어야 했다. 교통편이 불편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라 학생들의 등하교 여건 역시 최악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불편함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수업일수를 채우는 게 최선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까. 우리는 세월호 사고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아이들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통학 여건은 부모 세대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5년여 전 부모세대처럼 우리 아이들 중 일부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해서 8개월 전부터 발품을 팔아가며 통학 여건 개선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부 부처에 목소리를 냈고, 경기도의회 남종섭 교육위원장과 토론회 등을 열며 경기도 조례 제정에 힘을 모았다. 안전한 통학을 위해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책무는 정부, 교육청, 학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였다. 지방자치단체장 역시 아이들, 달리 말하면 시민을 보호할 무한책임이 있다.

나 역시 시의원으로서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담보하기 위해 입법에 나섰다. 오는 14일 열리는 용인시의회 제255회 제1차 정례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용인시 안심통학버스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다양한 통학지원 정책 가운데 하나다. 통학 거리가 멀고 위험한 통학로로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에게 통학기본권을 보장하고,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학교를 오가는 길이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통학 정책의 기본이요 출발점이다.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장애인 등 신체적·사회적 약자와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지역 학생들을 포함해 모든 학생들에게 통학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통학 지원이라는 개념을 집에서 학교까지 모든 학생들을 차량으로 등하교시켜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미 용인시는 통학로 주변 보행환경 개선, 보행맘 사업, 소외된 마을 주민을 위한 행복택시 등 다양한 통학지원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이 가집계한 자료를 보면, 대다수 처인구 초·중·고교생들이 1.5㎞ 밖에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또 도심에서는 과밀학급으로 인해 가까운 학교를 두고도 멀리 다녀야 하거나 신호등 7~8개를 건너야만 하는 위험한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용인시는 100% 시비로 포곡읍 삼계고등학교를 지원하고 있고, 이는 좋은 선례다. 통학로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 안전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단순히 학생 통학 문제를 효율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 교육의 기본권 확보라는 관점에서 다가간다면 통학버스 지원은 등하굣길에서부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의 평형을 이루는 ‘공정’한 일임에 틀림없다.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무상교복’ 정책을 시행할 때를 되짚어보자. ‘과거의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우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명징하게 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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