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민선 7기가 3주년을 맞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이 있다면 바로 약속을 잘 지키는 거다. 무엇보다 구민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이행하는 게 첫 번째다.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책인 「탈무드」에는 ‘아이에게 무언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라. 지키지 않으면 당신은 아이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라는 문구가 있다. 소위 정치인이 되면서부터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가 여럿 생겼다. 

‘약속’, ‘책임’이 대표적이다. 정치 새내기로 민심을 처음 접하면서 주민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얘기이기도 하다. "구청장 후보 이재현입니다." 넙죽 인사를 드리고 악수를 청하면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이것도 해준다 저것도 해준다 하고선 당선되면 모른 척 하던데?"부터 "기억하지도 못할 공약 남발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만 약속해달라"까지 탐탁지 않아 하는 시선에 익숙해져야 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음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정성을 담아야 함을 알게 한 시간이었다. 현장을 다닐수록 공약의 무게감은 열 배 백 배 더 무겁게 느껴졌다. 주민과의 약속이 이렇게까지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할 줄은 몰랐다. 표를 얻기 위한 약속이 아닌 지킬 수 있는 약속들로만 공약을 정리했다. 그 진심이 전해져서였을까? 고맙고 감사하게도 구민 여러분들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셨다. 기간은 4년. 

서구에 연고도 없는 내게 보내준 믿음에 최선을 다해 답해야 했다. 환경, 교통, 상생, 교육, 소통 등 5개 분야에 걸쳐 서구의 청사진을 완성하고자 내달렸다. 소통 창구 역시 필요했다. 열린 공간인 서구청 홈페이지 소통1번가의 ‘구청장 공약사항’ 코너를 전면 개편해 전체 사업부터 분야 및 사업별 추진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을 통해 세부적인 공약 사항부터 추진 부서, 사업 기간, 연도별 목표 및 추진 계획을 담은 관리 카드까지 빠짐없이 공개한다. 

나 또한 틈틈이 해당 페이지를 보며 어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지,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지를 세심히 체크한다. 지난해 12월엔 20명의 구민이 직접 민선 7기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공약이행평가단’이 출범했다. 공약 이행에 있어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높이고 구민의 공감대 확산 및 소통과 참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약속을 잘 지키나 안 지키나 지켜보시는 분들 덕분에 열의를 더 불태우게 된다. 

물론 모든 공약이 열심히 한다고 물 흐르듯 순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공약일지라도 현실감이 없다면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민첩성까지 익혀야 했다. 그간 내 공약이행률은 80.3%다. 분야별로 보면 환경이 85.4%, 교통 56.9%, 상생 83.5%, 교육 73%, 소통 94%다. 50개 사업 중 23개는 이미 완료했다.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와 참 다행이다. 거짓말쟁이란 소리는 면하게 된 것 같다. 

얼마 전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21년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등급(SA)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그동안 지방자치경쟁력 전국 1위에 지역화폐 서로e음 돌풍까지 ‘전국 최초’ ‘전국 최고’ 사례를 숱하게 만들어내며 가슴 뛰는 순간을 경험했지만 이번 평가는 남다르다. 주민과 약속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한번 한 약속은 어떻게든 지킨다는 믿음과 신뢰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이재현’의 첫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며 국가의 신뢰와 사회 신용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행위임을 강조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린이 행사에 내기로 한 기부금 약속을 지키려 했던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내가 올해 초 신년회에서 거창한 계획을 내세우기보다 ‘약속 완성의 해’라는 진중한 다짐을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마음에 새기며 구민분들과 나눈 모든 약속 하나하나를 완성도 높은 결실로 일궈내고자 오늘도 힘차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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