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해마다 우리가 맞는 6월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대비극이 일어난, 결코 잊을 수 없는 달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산화(散華)하신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 정부는 매년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해 각종 행사를 치르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어색하리 만큼 수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아직도 그날의 상흔(傷痕)을 간직하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부르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이라는 ‘6·25전쟁의 노래’를 지금 세대들은 거의 알지 못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국가안보에 구멍이 생긴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로, 그리고 현재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북한 권력 속성은 전혀 변함이 없는데, 우리만 대북적개심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6·25전쟁(한국전쟁)이 발발한 지도 벌써 71년이 가까워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그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賊反荷杖) 식으로 미국에게 전가하고 있다. 마치 ‘개 꼬리 3년 묻어둬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북한의 이런 주장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법한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다행스럽게도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한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전쟁과 관련한 문서가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폴란드, 체코 등에서 ‘1급비밀’이 해제되면서 ‘빛바랜 논쟁(論爭)’으로 화하고 있지만, 최근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의 전언(傳言)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에서는 이런 억지주장이 ‘정론(正論)’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대남전략의 주요 핵심 내용으로 교육, 선전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북한의 정권이 멸망하지 않는 한 이런 주장은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런 특성을 감안한다면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전쟁이 "남한의 괴뢰도당과 미국제국주의의 식민지배에 허덕이고 있는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자, 남조선을 해방시키는 것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북한 주장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것과 같은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는 황당무계한 것으로, 이미 국내외의 많은 증언과 관련 문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전쟁은 김일성이 소련의 스탈린과 중공의 마오쩌둥의 조종과 지원을 받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무력 남침임이 분명하다. 즉 근대국가 체제가 형성된 이래 지난 500년 동안 일어났던 전 세계에서 전쟁 중에서 인명 피해 규모가 7번째에 해당하는, 동족상잔의 대비극인 이 전쟁은 김일성이 주도하고 스탈린이 승인·지원하고, 마오쩌둥이 동의·지원한 이 한국전쟁은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야욕과 소련과 중공의 세계공산화 전략이 결합한 외세가 깊숙하게 개입한 전쟁이었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는 매년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부터 휴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한 달간을 이른바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설정해 대미 및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행태까지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반미공동투쟁을 "세계제국주의의 우두머리이며 침략과 전쟁의 주된 세력이자 세계인민의 흉악한 원수인 미제국주의를 반대해 싸우는 데서 여러 정치 세력들이 행동을 같이해 벌이는 투쟁"이라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가운데 세계 10대의 경제 선진국으로 발전했지만, 아직까지도 대남적화야욕을 전혀 포기하지 않은 채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핵실험과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쟁의 발발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적반하장적 행태를 나타내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잠언(箴言)을 새삼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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