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사랑에 눈을 뜨면서 사람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가 어떤 이에게는 파멸로 이어지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성장과 성숙으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심이 커질수록 상대를 더 잘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을 더 잘 알수록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범하던 ‘나와 너’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꾸어주는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람들에게만 사랑이 필요한 것만은 아닙니다. 월간지 「좋은 생각」은 하버드대학 동물학자 로버트 로젠달 교수의 연구물을 전하고 있습니다. 로젠달 교수는 들쥐의 생태를 연구하려고 들쥐 200여 마리를 연구실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3개월 동안 휴가를 냈습니다. 떠나기 전에 50마리만을 골라 눈 위에 하얀 페인트로 작은 점을 하나씩 찍어두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연구원들은 궁금했습니다. "교수님이 왜 얘들만 흰 점을 찍어두셨을까?" "아마 이 들쥐들이 품종이 뛰어나서 그러셨을 거야." "지능이 뛰어나고 영리한 녀석들이니 무언가 색다른 점이 있을 거야." 3개월 뒤 박사가 돌아와 보니 들쥐들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는 모두 똑같은 평범한 들쥐들이었는데, 3개월 동안 흰 페인트가 칠해진 들쥐들은 다른 들쥐보다 발육이 훨씬 더 좋았고 훈련도 잘돼 있었던 겁니다.

평범했던 들쥐가 어떻게 3개월 만에 ‘특별한’ 들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해답은 바로 연구원들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50마리의 들쥐들이 특별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겁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들쥐들 역시도 자신을 대하는 연구원들의 특별한 관심을 온몸으로 느꼈을 겁니다. 

관심은 곧 사랑이고, 사랑은 상대방을 특별한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어주는, 그래서 잠재된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내가 내어주는 보잘것없는 작은 사랑이 이렇게 다른 생명체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나비’라는 시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찬찬히 음미하시면서 읽어보면 독자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그 사람이 떠오르실 겁니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갯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가야만 합니다. 돌아가는 과정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때의 ‘너’는 나의 ‘애인’이 돼 버립니다. 달과 지구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달맞이꽃과 나비와 어린 해바라기라는 애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애인의 존재는 힘겨운 삶을 거뜬히 극복하게 해주는 힘이 돼 줍니다. 

이것이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달맞이꽃과 나비와 해바라기가 쑥쑥 자라도록 돕습니다. 사랑은 이처럼 서로를 성장하게 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제게 달맞이꽃과 나비와 해바라기와 같은 ‘애인’은 있는 것일까를요.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일까를 떠올리다가 이내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 사람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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