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은 나은병원 신경과  과장
김소은 나은병원 신경과 과장

불면증으로 외래에 방문하는 분 중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쉬거나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에 불쾌한 감각이 발생하고, 움직이면 완화되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다리 근육 깊은 곳이 무거운 느낌을 주로 호소한다. 대부분 다리에 증상이 있는데 허벅지 쪽보다 무릎 아래에 있는 종아리, 발목, 발등 등에 주로 나타나지만 드물게 팔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저녁이나 밤에 심해지므로 불면을 야기하게 된다. 많이 알려진 질환은 아니지만 매우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9~7.5%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수년간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약 30%에서 유전성 소인이 있다. 즉, 100명의 환자 중 30명의 부모님이 동일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세대로 유전될수록 증상이 심해지거나 치료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 그 외 다른 원인이 질환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 없이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심한 증상을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는 중년 이후의 환자이며, 남녀 모두 나타나지만 여성이 더 많다. 소아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소아에서는 성장통이나 주의력결핍장애로 오인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아이들의 상당수가 소아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되며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개 불면증, 혈액순환 장애로 오인하기 때문에 미국국립보건원은 하지불안증후군 진단을 위해 이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을 구분하는 핵심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다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는 강한 충동이 듦,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남, 걷거나 스트레칭하면 증상이 완화됨, 저녁(밤)시간에 증상이 심함으로 구분한다.

진료 후 혈액검사, 신경전도검사 등을 통해 교정 가능한 원인을 감별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밤에 가끔 나타나는 경증의 경우 약물치료가 아닌 온수 목욕, 다리 마사지, 온열 요법, 얼음팩, 진통제, 정기적인 운동, 카페인 중단, 비타민E나 칼슘 보충 등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검증된 치료 방법이 아니다.

이러한 가정요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 개인에게 잘 맞는 치료약을 찾아 치료하면 된다. 대부분 약물에 반응이 매우 좋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이 파킨슨 약인 도파민효현제다. 그래서 이 질환이 파킨슨병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지만 치료약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질환이다.

마지막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은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므로 추운 환경은 피해야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 동안의 졸음과 피로감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수면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함께 치료해야 한다.

현재의 치료법은 장애를 제어하고 증상을 최소화해 편안한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일부 사람들에게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지만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기간은 다를 수 있다.

만약 하지불안증후군이 어떤 질환, 몸 상태, 임신 또는 약물에 의해 비롯된 경우 이 문제들이 사라지면 완치될 수 있다.

 <나은병원 신경과 김소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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