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머리에 애국을 붓자 이성이 짐을 싸서 나간 중국의 ‘분노 청년’과 퇴행 정치로 전락한 한국의 기득권 정치에 통렬한 일격을 가해 30대 야당 대표를 배출한 우리의 ‘분노 청년’을 비교하면 한국의 장래는 그야말로 밝게 빛난다"고 했다. 중국의 ‘분노 청년’ 이야기는 극단적인 중국 중심 사고에 빠져 중국에 불리한 주장을 한다고 여기면 좌표를 찍고 우르르 몰려가 난장을 치는 중국 청년들을 지칭한다. 

 1970년대 의로운 울분을 가졌던 청년이라는 의미를 지닌 ‘분노 청년’이 아니라 요즘 중국 공산당의 지휘 아래 ‘국가보다 중요한 아이돌은 없고 조국이야말로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이며 그들이 존경하고 숭배하는 대상은 무결점이며 다른 국가에 대한 인터넷 공격을 성전(聖戰)이라고 부르는 그야말로 21세기 홍위병’을 말한다. 그러니까 중국의 ‘분노 청년’은 공산당 추종자이며 극단적 분노에 젖은 도시의 할 일 없는 청년이자 시황제라 불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위대나 다름이 없다. 

 이에 반해 한국의 ‘분노 청년’은 현재 정치 문화에 대한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30대 중반의 청년이 한국 제1야당 대표로 등장하는 충격적 이변을 줬다는 점에서 놀라운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청년들과 달리 한국의 청년들은 수구화와 기득권화, 자기들끼리의 정치에 젖어버린 586 민주화운동권에 대해 ‘NO’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국민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를 분명하게 거부했다. 

 더하여 어떤 명분이나 이유든 간에 내로남불 정치 행태에 대해 끝장을 요구했다. 그건 여야 모든 기존 체계의 역할에 대해 실패와 과오를 인정하고 양보와 타협의 디딤돌 위에 서라는 준엄한 명령이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인물이 이준석이다. 한데 그에 대해서 극우니 포퓰리스트니 하는 딱지를 붙이고 심지어는 여성 혐오 정치인으로 보는 해괴한 일도 있었다. 

 ‘세대 교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문조사 답변과 ‘지금의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경고 성격도 있다’는 평론가들의 지적이 마땅한 데 말이다. 이준석 언행을 보면 분명하게 보수 진영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를 찾아가 5·18의 아픔에 공감하고, 박근혜 탄핵 정당성도 인정했다.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의 ‘분노 청년’들이 이준석에게 환호를 보내는 건 결코 포퓰리스트가 보여주는 행태에 대해서가 아닌 것이다. 

 우리의 ‘분노 청년’들이 요구하는 바는 간단하다. 정치 교체와 세대교체다. 새로움과 변화를 통해 내일의 희망을 기약해 보려는 자세이고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연령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낡은 사고방식, 자신들만의 불공정 세습을 제도화하려는 병든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적 본질 회복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활정치 요구이자 현장의 필요이며 우리 삶에 공감하는 정치다. 

 한마디로 오늘의 한국 ‘분노 청년’이 요구하는 것은 애국주의에 빠져 자본주의나 미국 등을 거칠게 매도하는 식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풀어 해결하라는 능력의 정치, 유능함과 참신함이 조화된 정치를 말한다. 이러한 정치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시대정신과 과제로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이제 586 정치세대는 마지막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어느 정도 앞의 실패와 과오를 탈색시키고 변명 구실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양보와 타협의 디딤돌을 택해야 한다. 

 이준석 등장으로 나타난 이 땅의 ‘분노 청년’들이 여당의 누구, 야당의 누구를 지지한다고 아전인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 변화를 향한 비전과 철학을 중시한다는 걸 절실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움을 향한 대장정의 시작을 만든 이 땅의 ‘분노 청년’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누가 줄 것인가? 또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곱씹어 봐야 한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문제 해결 능력 정치를 말한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유능함과 참신함의 조화. 이런 점에서 지금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후보들부터 스스로 낡은 정치, 낡은 사고에서 얻는 반사이익에 매몰된 건 아닌지 자성하는 게 필요하리라. 나아가 이들의 진심을 받아들일 그릇이 되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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