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육주체간 갈등이 우리를 절망으로 빠져들게 한다. 교사의 폭력적 체벌과 자살, 학부모의 교사폭력과 자살, 학교관리자의 인터넷 사용감시, 학사운영 문제제기 교사에 대한 보복, 교사의 학생지문 조사 등 벌써 두어 달 사이 언론에 드러난 것으로도 많은 이들을 부끄럽고 분노하게 한다.

전국의 1만여개 학교에서 어떻게 크고 작은 일들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학교구성원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크게 불거지기 마련이다. 왜 그렇게 문제가 확대되도록 방치하고 묵인했을까. 폭력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일까. 최근 만난 몇 분의 교장선생님들은 `예민할수록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함께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공개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학교구성원은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공유의식이 희미하니 학부모 경우는 대단한 용기와 이해되지 않는 `위험부담'을 각오하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자율성 침해', `권리훼손', `되먹지 못한 부모와 학생', `학교명예를 실추시키는', `자격도 없는' 등의 멍에가 덧씌위지고 편가르기의 희생자로 지역을 떠나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이어지기 일쑤다.

교사의 경우는 해직이나 전출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 안에서의 의사소통은 허무하고 처참하게 깨져버린다. 교육당국이라도 귀담아 들을 만 하건만 관료집단은 소수의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는가 보다. 이런 현상은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에선 치명적이다. 이런 사례들이 지금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걸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그나마 교사는 교원노조나 교원단체의 기댈 등짝이라도 있지, 학부모와 학생의 경우는 종종 관료집단이나 교권수호의 들러리는 될지언정 보호받을 등짝도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을 슬프게 한다. 한번은 민원해결을 위해 교육청 관리와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돌아오는 답변이 가관이다. 교사는 교원단체가 보호하지만 학부모와 학생은 법적으로 대응하던가 알아서 하란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원만한 갈등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왜 그럴까. 우리는 문제해결 능력을 학습하고 안내하며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 과감히 이야기하는 상식적 기회와 통로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나 교육관리들에게 요구되는 해결방법은 선의의 실천적 모습보다는 무시되거나 매도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행동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고 믿도록 한다. 여기에 소수 권력자의 다수 지배를 교권이라는 이름(또는 지역출신여부)으로 복종케 하고 학부모와 학생을 악(같은 학부모와 학생들끼리도)으로 지칭하여 공동체를 해치는 존재로 둔갑시킨다. 학부모와 학생은 강한 저항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할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급변하는 사회 각 영역에 각계 각층의 요구가 강해지는 것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유독 학교는 신기록(각종 경시대회 실적, 학력고사 순위, 대학 입학률, 승진점수 따기)을 세우는데 전국이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항과 투쟁의 비판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사회인 육성 존재 자체가 의미 없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교육관료와 교사, 학부모 모두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프로그램 작동을 거부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교권이라는 이름이 방패막이로 잘 작동하고 있는데 뭐가 아쉬울 게 있겠는가.

셋째, 교육자치를 마치 교육자의 자치로, 학교자치를 학교장의 자치로 왜곡시키고 설득하려 한다. 국가 고시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만이 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심한 결벽증이 집단을 강하게 결집시킨다. 그래서 학교는 학교장의 자율적 운영으로 온전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자꾸 불어넣는다. 자치는 주체간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 수 있도록 하는 인적집합을 전제로 한다. 교육을 말하는 것과 갈등을 교육적·상식적·합리적으로 풀려는 것은 따로 분리된 게 아니다.

위와 같은 논의에 동의하지 않는 한 우린 이런 구조악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박인옥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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