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옥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
안홍옥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

연초에 운동 선수와 유명 연예인 등의 학교폭력 미투(me too) 운동이 일면서 앞으로 학교폭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줄기는커녕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등교수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6월 말 현재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각 학교에서 개최하던 심의를 교육지원청으로 옮겨 시행하는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개최 건수가 전년 동기대비 5배 이상 증가해 심의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모든 사고나 병이 사후수습이나 치료보다 사전 예방이 최선이듯이 학교폭력 역시 아무리 좋은 심의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 과정이 최장 두 달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서로 간 앙금은 깊어지고 결과에 충분히 만족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동안 교육 당국의 꾸준한 노력으로 사후 처리에 대한 제도 개선은 궤도에 올랐으니 이제 예방정책에 치중할 때가 됐다고 본다. 

심의위 개최 시 피해가 오랫동안 계속돼 온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왜 일찍 선생님이나 부모님 또는 친구,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부모님에게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여전히 망설여진다는 답변이 많고 그 이유는 실망시켜 드릴까봐, 해결이 될까?, 알려지면 보복이 두려워서 등이다. 그래서 더욱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살펴야 하고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등교 수업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계 중심 생활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예방교육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공동체 의식 함양 및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시급하다. 또한,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아이들의 특성도 달라졌다. 지금 청소년 세대의 문화 이해가 먼저이고 그 바탕 위에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방 교육은 초등학생부터 성교육을 강화하고,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기 사용상 주의사항과 SNS 예절, 좋은 말 쓰기를 위한 언어순화 운동이 주가 돼야 한다. 아이들의 조숙화와 주변에 성적 자극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아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왜곡시키고 있어 성 관련 사안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유해 매체들을 보고 나쁜 성 행동을 실현해 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분별력이 부족한 초·중학생들이 가장 심각하다. 두 번째는 SNS 예절이다. 정보통신을 이용해 상대를 모욕하는 말을 올려 유통하도록 하는 것은 직접 입으로 하는 말보다 더 처벌이 강하다. 그것은 빠르고 광범위한 전파성 때문이다. 세 번째는 언어순화 교육이다. 이것은 어른들의 잘못을 보고 배우는 면이 많다고 본다. 언론에서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말이 너무 흔하고 네가 침 뱉으면 나는 가래침 뱉는다는 식의 성숙하지 못한 일부 어른들의 행태를 그대로 배워 그 도수가 점점 더 높아만 가고 있다. 

심의위원회 개최 장소에서 직접 충고해주고 싶지만 오해 소지가 있어 절대 금기사항이라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폭력도 옛날에는 강자들끼리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다소 신사적인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과 상대가 안 되는 약자를 괴롭히는 그것도 상대가 자신에게 아무 도전도 안 하는데 먼저 괴롭히는 쩨쩨하고 비겁한 폭력이 너무 많다. 그들에게 지금은 힘으로 살아가는 원시시대, 알랙산더나 나폴레옹 같은 정복과 영웅시대가 아니고 전 세계 누구와도 서슴없이 소통하고 교류해서 무역으로 살아가는 시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어디에서든지 내가 하는 행동이 아무리 정당하고 옳다고 생각해도 상대가 싫어하면 즉시 그 행동을 멈추고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말해주고 싶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지식 교육은 AI가 하고 교사는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소통과 화합 능력 배양에 힘쓴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절대적 빈곤은 벗어났으니 어디서든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다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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