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인천 서구의 현안이라 하면 대부분 수도권매립지뿐인 줄 안다. 나도 그랬다. 2015년 4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으로 올 때까지만 해도 서구 환경 문제는 수도권매립지만 잘 풀어내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서구를 마주하면서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현실은 참담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단일 매립지인 수도권매립지도 그렇거니와 동네마다 쓰레기는 넘쳐나고, 악취 민원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데다 방치된 하천은 냄새와 쓰레기가 가득해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었다. 

이뿐 아니다. 다른 지자체였다면 한 곳도 쉽게 들어서지 못했을 환경 유해시설까지 서구에 죄다 몰려 있었다. 마치 이곳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산업단지 7개소와 발전소 5개소에 거대한 석유화학공장까지 가세했다. 인천 18곳 업체 중 서구에만 무려 17곳이 위치한 아스콘 공장은 1급 발암물질을 비롯해 특정대기유해물질의 온상이었다. 여기에 건설폐기물처리장과 폐수처리시설까지 그야말로 숨이 턱 막혀 왔다. 

일부러 이렇게 모이게 하려 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 분야에서만큼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지역이 바로 서구였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이러한 악취, 미세먼지, 소음을 매일 겪어야 하는 인근 주민들의 생활상이었다. 생존권, 환경권, 주거권 어느 것 하나 보장되지 않았다. 큰 도로를 가운데 두고 대형 공장과 아스콘 공장을 마주한 금호마을. 화물트럭은 쉴 새 없이 도로를 달리고 악취와 미세먼지는 바람에 그대로 실려온다. 사월마을은 흙이 자석에 붙는다고 해서 쇳가루 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2년 전엔 환경부가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조사에서 전국 최초로 ‘주거 부적합’ 결정까지 받았다. 거주민 수보다 공장 수가 많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환경 이슈가 차고 넘치는데 정작 현장에서 관련 정책을 펼쳐야 할 담당 부서는 2018년 당시 환경보전과와 자원순환과 단 2곳에 불과했다. 담당 직원도 36명뿐이었다. 환경관리 대상 사업장 수만 해도 대략 4천600개소에 달하는데 고작 이 인원이 그 많은 사업장과 오염원을 단속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었다. 

먼저 비전과 목표부터 세웠다. 서구가 태어난 지 딱 30년 되는 날, ‘대한민국의 중심e 되는 서구’라는 비전 아래 구정 목표로 ‘클린 서구’를 외쳤다. 이 ‘클린’이란 두 글자에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을 구석구석 깨끗하고 안전하게 바꿔 나간다는 의미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취·미세먼지·쓰레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태하천 복원, 둘레길 조성,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스마트 에코시티 실현, 2050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까지 이 모든 정책의 출발점이 ‘클린 서구’다.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할 전담조직을 꾸리고 예산도 만들어내야 했다. 조직을 개편해 첫해인 2018년에는 클린도시과, 그 다음 해에는 생태하천과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기후에너지정책과까지 만들었다. 여기에 클린 서구를 총괄할 환경안전국까지 새로 꾸려 신설한 3개 과에 환경관리과(환경보전과)·자원순환과·공원녹지과 등 기존 3개 과를 더했다. 

2개 과에서 6개 과로 조직이 대폭 커지면서 직원도 131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서구 역사상 처음으로 1조 원 시대를 연 예산 역시 상당량이 환경 개선에 투입됐다. 지난 3년간 악취&미세먼지 방지사업, 소규모 영세사업장 대기방지 시설사업, 기후대응 및 신재생 에너지사업, 4대 생태하천 조성, 스마트 그린도시 및 자원순환 선도도시 조성, 서로이음길 11코스 및 유아숲 조성 등에 들어간 예산은 무려 2천753억 원. 특히, 4대 하천 예산은 3년 전 수억 원에서 올해 1천200억 원으로 몇 백 배나 증가했다. 

이렇게 클린 서구를 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력을 보강하고 예산을 마련했다. 정책을 펼치는 데도 나름의 철학을 세웠다. 주민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해답을 찾을 것, 관이 주도하는 사후 단속이 아닌 민관이 자발적으로 협업하는 사전예방 중심의 환경정책을 펼칠 것. 그 결과, 놀랄 만한 변화가 생겼다. ‘해보니깐 되더라’라는 큰 희망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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