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민원실에 설치돼 있는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및 사용금지 정책을 알리는 배너.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청 민원실에 설치돼 있는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및 사용금지 정책을 알리는 배너. /사진 = 기호일보 DB

대대적인 현판식 등을 열며 추진 중인 인천 공공기관의 3무(無) 친환경 청사 실행이 5개월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청과 구청, 군청, 교육청 등 64개 공공기관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개인 쓰레기통을 없애는 등 일회용품, 자원낭비, 음식물 쓰레기가 없는 3무(無) 청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커피 등 플라스틱 일회용기에 담긴 음료를 들고 출입하는 직원과 민원인들이 수시로 목격되고 있다.

실제 서구청은 후문 이용시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반입할 수 있었다. 심지어 분리수거함은 일회용 컵이 가득하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구청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후문에서 음료 반입 제지시 "정문에 있는 음료 보관함에 둔다" 하고 반입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문제는 점심 시간이다. 지난 7일 점심시간을 앞둔 11시 30분께 인천시교육청 청사는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들이 수시로 몰려들었다.

이날은 수요일로 시교육청 구내식당 운영되지 않는 날이다. 최근 장마와 폭염이 수시로 변동되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자 사무실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식사 후 사용한 일회용 그릇들은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통이 아닌 배달시 담겨왔던 비닐봉투에 다시 담겨 청사내 복도 한편에 방치됐다.

계양구청에서 만난 민원인 강모(47)씨는 일회용품반입 금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꼬집었다.

강 씨는 "날이 더워서 근처에서 커피를 사들고 구청에 왔는데 반입금지라고 해서 일부러 입구에서 버리기도 했다"며 "그런데 구청 내 카페에서 일회용 용기로 음료를 파는 행위를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꼭 실행할 친환경 정책이라면 보다 명확한 시행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청사 조성을 주도하는 인천시는 3무 청사 만들기와 관련해 각 부서별로 매달 자체점검을 거쳐 평가표를 작성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선 구청은 자체점검 없이 친환경 청사 업무를 맡은 과에서 계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의 친환경청사 모니터링에 참여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자리잡지 못한 청사도 많다"며 "어떤 청사는 분리배출함을 두는 것조차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 3차례 모니터링을 실시해 친환경 청사 조성이 한시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이민철 기자 ghlee@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