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갯벌(Getbol), 입자가 작은 펄과 모래 알갱이들이 모여서 이뤄진 곳이다.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육지에서 유입된 영양물질로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20%가 갯벌에 기대어 산다. 오염정화, 재해조절, 미세기후조절 기능뿐 아니라 어패류 생산지이며 야생생물 서식지이다. 또 탄소흡수원으로 기후위기 시대, 하나뿐인 지구, 2050탄소중립을 위해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가 등재를 추진하던 전남 신안 등 서남해안 갯벌에 대해 반려를 권고했다. 멸종위기 조류 서식 등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서식지로서 가치는 인정했으나 인천 등 중요 핵심지역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월 16일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의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의 갯벌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국토면적의 2.4%로 대부분 서·남해안에 분포하는데 인천이 약 29%를 차지한다. 인천갯벌은 비무장지대로 이어지는 서해5도와 한강하구 접경지역으로 서해안 연안습지생태축이 교차하는 한반도 자연생태의 핵심지이다. 인천갯벌은 조석간만의 차가 최고 9m에 이르는 역동적인 갯벌이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 하구에 위치해 펄갯벌, 모래갯벌, 혼합갯벌 등 다양한 퇴적상으로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이다. 

인천갯벌, 국가적으로는 그 가치를 이미 인정받았다. 대이작도 풀등은 해양생태계 보호지역이고, 장봉도와 송도갯벌은 습지보호지역이다. 강화갯벌 일부는 저어새 번식지로 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다. 그 외 영종도와 용유도, 대무의도와 소무의도, 영흥도, 강화남단과 동검도, 연평도와 서구 세어도 등에도 갯벌이 분포한다. 인천 갯벌과 섬에서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등 전 세계 멸종위기 조류들이 집단으로 번식한다. 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등 또 다른 전 세계 멸종위기 조류 등 수만 마리 철새들이 인천갯벌을 찾는다. 흰발농게 등 해양보호생물, 범게 등 우리나라 고유종 또한 인천갯벌에 서식한다. 

그런 인천갯벌이 1980년대 이후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해 청라와 송도, 영종의 갯벌이 사라졌다. 넓적부리도요가 찾아오던 드넓은 ‘먼우금’은 송도국제도시로 아파트가 솟았고, 천연기념물로 두루미 도래지였던 갯벌은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로 변했다. 삼목도와 신불도,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갯벌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로 바뀌었다. 준설토투기장으로 사라진 갯벌도 여의도 5배가 넘는다. 

환경특별시 인천, 이제는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공업도시에서 환경도시로, 살고 싶은 도시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민선 7기 인천시정부는 환경특별시를 선언하고 자원순환정책, 해양환경보전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로 향하는 관문으로의 인천, 황해와 남북평화지대로서의 인천, 세계적 자연유산도시 인천을 바로 알고 아우를 수 있는 그림이 필요하다. 

한국갯벌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시작된 일이지만 인천갯벌 또한 세계자연유산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세계유산은 국내법에 따라 보호하며 국제적으로 추가규제는 없다고 중앙정부는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인천시 행정만으로 안 된다. 주민과 기초지자체가 반대하는 갯벌은 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유명 관광지 중 70%가 세계유산이다. 세계유산의 위상은 세계인들이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자연유산은 화산섬과 용암동굴 제주도뿐이다. 한국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인종, 종교, 국가를 초월해 인류 누구나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할 자연유산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인천의 참여는 한국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기여하고, 환경특별시 인천이 멸종위기 이웃 생명과 함께하는 품격 있는 국제도시가 되는 기회이다. 환경특별시 300만 시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인천갯벌이 한국을 넘어 환황해 협력과 남북 평화교류를 견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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