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단순히 요리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고 꿈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최근 파주지역에서 학생들의 요리실력 향상은 물론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 주고 있는 꿈의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학생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수업 덕에 서로 협력하는 계기를 만들면서 지역을 하나로 묶어 마을공동체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파주 ‘빵로드 꿈의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세계 각국의 음식을 조사하고 요리하는 과정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워 가는 꿈의학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는 요즘엔 요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다른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셈이다.

 또한 빵로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하는 성장형 꿈의학교로, 학생들은 각 나라 문화의 다름을 이해하듯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나라별 요리 방법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비장애학생들이 조사나 자료 준비, 발표 등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공유하며 키워 가는 공간인 파주시 적성면에 위치한 ‘시몽 베이킹스쿨’에서 진행되는 빵로드 꿈의학교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빵로드 꿈의학교 전경.
빵로드 꿈의학교 전경.

# 비영리단체 시몽 베이킹스쿨

 매년 중고생 20여 명을 모집하고 있는 빵로드 꿈의학교는 파주지역 비영리단체인 시몽 베이킹스쿨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몽 베이킹스쿨의 대표인 김보경(46·여)씨와 남편 김남중(48)씨는 빵로드 운영을 통해 2018년, 2019년 연달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제과·제빵 실력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중등특수교육학, 사회복지학 등에 관심이 깊어 이에 대한 소양도 갖고 있다. 자신들의 지식을 꿈의학교 학생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장래희망, 목표 등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데 활용하면서 조언자 역할을 정확히 해내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실수를 질책하지 않는 태도와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재도전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해 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요리 조리법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는 꿈짱 박승용 학생.
요리 조리법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는 꿈짱 박승용 학생.

 김 씨 부부는 빵로드 꿈의학교를 운영하기 이전부터 15년가량 무상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를 해 온 바 있다. 꿈의학교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이미 꿈의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던 셈이다.

 김 씨 부부가 이 같은 내용의 자원봉사를 하고 꿈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데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이들이 2006년 적성면에 빵집을 차렸을 당시 빵을 배우고 싶다는 학생을 들인 적이 있다. 1년 6개월가량 김 씨 부부 밑에서 실력을 키운 그 학생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지만 결국 자원입대한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무사히 전역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에 김 씨 부부는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부대 측의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

 당시 학생의 간절한 요청으로 면회를 가려 했던 김 씨 부부로서는 지켜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이후 가출학생, 자해학생 등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학생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더 많은 학생들을 보호해 왔다. 

 비록 중간에 김 대표의 암 투병으로 인해 2년가량 활동이 멈추기도 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회복되면서 현재까지도 빵로드 꿈의학교 학생들에게 이 같은 정성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요리나 제빵에 관심 있는 아이들도 문의가 많이 오지만, 이곳은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회복해 주고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발돋움하는 곳으로 절대 실습적인 꿈의학교가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특색을 살려 주고 더 잘하게끔 만들어 주는 게 꿈의학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학생들을 서포트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빵로드 꿈의학교 학생들이 함께 빵 반죽을 하고 있다.
빵로드 꿈의학교 학생들이 함께 빵 반죽을 하고 있다.

 

 # 모두가 함께 하는 수업

 빵로드 꿈의학교 수업은 모두 학생들이 진행하고 있다. 수업 내용 준비부터 레시피 발표는 물론 실행까지 모두 학생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우선 20여 명의 학생들은 4개 조로 나뉜 뒤 각 주마다 한 조씩 발표하게 된다. 조원들은 회의를 통해 발표 주에 진행할 나라와 요리를 선정한 뒤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학생들이 조리 과정에서 실패할 땐 예외적으로 김 씨 부부가 투입돼 해결하기도 한다.

 지난 3일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미국 음식인 시저샐러드와 바비큐, 베이글을 요리하기에 앞서 학생들이 칠판에 조리법을 적고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시저샐러드 재료인 로메인상추와 방울토마토, 양파,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와 함께 연어, 오리고기, 치즈 등이 준비되면서 조별 취향에 맞게 요리가 진행됐다.

 바비큐의 경우 좀 더 전통 방식에 가깝도록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숯불을 키워 훈연 조리하는 등 조리 방식에도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현재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됨에 따라 각 재료를 학생들의 집으로 배달한 뒤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Zoom)을 통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학생이 베이글을 오븐에 넣고 있다.
한 학생이 베이글을 오븐에 넣고 있다.

 요리사가 꿈인 윤지수(16·여·한국외식과학고)학생은 "평소 자신감이 없었는데 팀워크 활동과 발표를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는 발표가 어렵지 않게 됐다"며 "특히 음식만 할 줄 아는 요리사가 아닌 그 음식의 역사와 유래를 설명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최대한 학생 중심으로 모든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셔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빵로드 꿈의학교는 파주의 지역적 특성과도 맞물린다. 파주 최북단인 적성과 파평 등은 가장 작은 중학교가 전교생 25명 수준일 정도로 소규모이다 보니 학원이 생기길 바랄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북파주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 어렵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도 제한되면서 이러한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빵로드는 각국을 알아가는 간접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고,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채움과 동시에 북파주지역 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남중 씨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빵로드 꿈의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교육의 인식이 지식이나 스펙을 쌓는 것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자신의 자아를 찾고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앞으로 학생들이 타인을 배려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제빵 꿈나무들 인·터·뷰

# 인터뷰/박승용(18·삼광고)학생

 -빵로드 꿈의학교에 언제부터 참여했나.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참여해 4년째 꿈짱을 맡고 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재미있게 배워 보고자 참여하게 됐다.

 수업 준비와 진행을 학생들이 전부 맡아서 하기 때문에 조장은 리더십을, 학생들은 팀워크와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스스로 발표하고 요리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자기주도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 역시 처음 꿈의학교에 왔을 때는 소심하고 누구 앞에 서는 게 굉장히 긴장됐지만, 현재는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거나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기 쉬워진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꿈이나 바람이 있다면.

 ▶육군 장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서는 합격한 상태로, 장교에 필요한 덕목인 리더십을 기르고 대인기피증을 없애는 데 있어 꿈의학교의 도움이 컸다.

 현재 파주엔 폐가나 폐교 같은 빈 공간들이 많다. 이런 공간들을 더 활용해 꿈의학교 등 다른 학생들이 서로를 가르치고 배워 나갈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 학생들이 선생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배워 나가고 가르쳐 나가는 꿈의학교 같은 시스템이 더 발전해 나중에는 주입식 학교가 아닌 학생이 스스로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학교가 많아지길 바란다.

 

 # 인터뷰/이승진(16·한국외식과학고)학생

 -언제부터 빵로드에 참여했는지.

 ▶같은 학교 선배들의 추천을 받고 올해부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마침 친구들도 다니고 있고, 요리도 무척 좋아서 들어오게 됐다.

 처음에는 장애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순수하게 요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들어와 심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함께 활동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 환경이 달라도 도우면 다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꾸준히 꿈의학교에 참여하고 싶다.

 

 -장래희망은 무엇인가.

 ▶양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셰프가 되고 싶다. 여기서는 집에서 하지 못했던 음식도 접해 보고, 많이 먹어 보고 있다. 빵로드에서 수업을 듣기 전에는 몰랐던 음식도 많이 알게 됐다. 

 특히 빵로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를 일주일 동안 조사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있다 보니 당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가 없고, 어떠한 요리든 하고 싶다면 흔쾌히 재료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재미있고 흥미 있게 요리를 하고 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 경기도교육청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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