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 중앙대학교 교수
성동규 중앙대학교 교수

공정과 정의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건물주의 갑질 행위가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돈가스집 원조 논란 등은 일반인의 귀에도 익숙하다. 오랜 기간 임차인이 피땀 흘려 쌓아온 브랜드를 장사가 좀 된다 싶으니 내보내고, 마치 원래부터 자신이 해온 것처럼 영업을 해 대중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소비자들은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에는 어느 프랜차이즈 업체가 SBS 예능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덮죽집의 메뉴와 노하우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직후, 소비자 불매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 해당업체는 사과문을 올리고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사람들이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법적인 부분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상상 이상의 치열한 노력과 아이디어로 브랜드를 일궈온 임차인들의 성과를 마치 힘의 논리로 빼앗는 임대인 등 사회경제적 강자들의 태도에 분노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와 유사한 일이 이번에는 공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정책연구원이 브랜드 가치를 3천400여억 원으로 산정하는 등 공사의 민간 협력사 중에는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스카이72 골프장 이야기다. 20여 년간 피땀을 흘려 허허벌판의 갯벌지역에 골프장을 건립해 수천억 원의 브랜드가치를 지닌 지역명소로 가꿔 온 골프장을 공기업이 10여 건이 넘는 고소·고발, 소송을 통해 맨손으로 내보내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공사는 협약을 근거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스카이72는 자신들이 가꿔 온 자기 명의의 사업장 입찰을 참여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원래 약속대로 5활주로 건립이 늦어진다면 우선협상이라도 해달라는 주장이다. 공사는 스카이72의 건축물·시설물의 소유권 이전을 요청한 명도소송으로 대응했다.

수십 년간 함께 브랜드를 키워온 파트너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골프장 입찰을 추진해야만 했던 이유가 정말 협약 때문만이라면 앞서 언급한 불공정 행위와 같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정과 정의라는 두 단어 속에 담겨진 작금의 국민적 정서를 이해한다면 당장 협약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협력업체들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며 함께 키우고 더 높은 가치를 갖도록 돕는 것이 공기업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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