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사)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사)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간한 ‘북한 2020-2021년 식량공급·수요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2020-2021 양곡 연도(2020.11-2021.10)’의 식량생산 추정치를 556만1천t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치(561만2천t톤)와 비교할 경우 5.1%가 감소한 양으로, 특히 쌀 생산량이 211만3천t(조곡 기준)으로 최근 5년 평균치(235만1천400t)에 비해 10%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런 수치를 근거로 이 보고서에서는 "수입이나 원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북한 주민들은 8∼10월 혹독하게 어려운 시기(Lean Period)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물론 이에 앞서 다른 국내외 전문기관, 특히 우리 ‘농촌진흥청’에서도 북한의 2020년 식량생산량을 440만t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1년 전(464만t)과 비교해 볼 때, 5.2%가 감소한 양으로 옥수수의 경우 151만t으로 전년(152만t)과 비슷하나, 쌀의 경우는 9.8%가 감소한 202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열악한 식량난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인 1962년, 김일성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앞으로 2년 후면, 우리 인민은 누구나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될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식량 문제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북한이 이렇듯 ‘에너지난, 외화난’과 함께 ‘3난(難)’으로 지칭되는 ‘식량난의 늪’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197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했던, 김일성이 창시했다는 ‘주체농법’이라는 북한식 농정(農政) 실패, 사회주의 집단영농 방식으로 인한 농업 생산력 침체, 농민들의 의욕상실, 비료·종자·농약·관개(灌漑)·농기자재 등 전반적인 농업 인프라 기반 취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김일성이 ‘자급자족(自給自足)’을 표방하면서 제시한 주체농법은 "논을 뺀 땅을 개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옥수수를 대량으로 심으라"는 식(式)의 비현실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黨)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신념(?)하에 인민들은 산비탈에 농작물을 심기 위해 ‘다락밭과 뙈기밭’을 조성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큰 물’(홍수)이 내리면 이 밭들이 쓸려 내려가고, 지력(地力)이 떨어진 땅에 비료 공급조차 제대로 안 돼 농작물 생산량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 과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하에서 김정은 정권은 농업개혁을 통해 식량 증산을 도모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6월에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회의를 열어 이례적으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부족을 시인하는 가운데 민생안정과 경제난 타개를 국가의 핵심과제로 설정하면서 민생 관련 ‘특별명령서’를 발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거듭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水害) 등 3중고(重苦)에 직면한 북한의 식량 사정은 당국에서 아무리 생산량 증대를 독려하고 채근해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없는 난국(難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금처럼 ‘자력갱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정면 돌파한다’는 맥락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두는 행태서 벗어나 ‘진실로 인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길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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