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범죄가 있다. 바로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을 근절시키기 위해 검찰은 2016년부터 구형을 비롯한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했고, 법원도 형량을 늘려 선고하고 있다. 음주운전 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분이 약하다 보니 재범을 막지 못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수년 전 한 판사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해당 판사는 음주운전을 확실하게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바로 차량을 압수하는 것이었다. 그는 "흉기와 둔기 등 모든 범죄에서 이용된 범행 도구는 법원에 압수된다. 음주운전의 범행 도구는 차량이다. 따라서 범행 도구인 차량을 압수하면 효과적으로 음주운전 범행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얘기에 공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산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차량일 것이기에 범행 도구로 쓰인 차량을 압수하는 것이 몇 년 뒤 다시 취득할 수 있는 운전면허 취소 처분보다 더 강력하게 다가올 것 같아서였다. 비록 아직까지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피고인의 차량을 압수한다"는 선고가 내려질 날이 올 것이다.

 동일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또다시 이뤄질 만한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조치는 비단 범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갈등과 마찰, 실수 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해당 행위를 다시 할 수 있는 요소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문제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 안일한 시각으로,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 등으로 인해 재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우리는 늘 똑같은 후회를 반복한다. 앞으로는 나부터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잘라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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