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20세기 말 이후 인류에게 세계대전보다 더 무서운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인간이 경제활동 중에 대기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메탄가스·프레온가스·폴리염화폐비닐·유불화유황·이산화질소 등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땅이 메마르고 차가운 바닷물이 북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태평양 십년주기 현상을 보인다. 

진동의 하강 국면으로 20~30년을 주기로 북태평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엘니뇨현상과 비슷한 태평양의 순환패턴에 의한 대가뭄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중세를 덮쳤던 대가뭄이 다시 발생할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기후모형에 따르면 열대지방에는 보다 많은 구름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될 거라 한다. 반면 적도 양쪽 사막지대는 더욱더 건조해지고 그 현상이 극지역으로 이동할 거라 한다. 그 결과 습한 지역은 더 습하고 건조한 지역은 더욱 건조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적도 부근에서는 강우량이 늘지만 중동·지중해·북아메리카 서남부 등은 건조해지면서 강수량이 줄어든다. 

달라진 기후로 인해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많아 범람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강바닥을 드러내는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될 거라 한다. 

2008년만 해도 적도 부근 태평양 동부에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뇨현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이 건조해지면서 가뭄이 계속돼 산불이 자주 일어났다. 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2020년 9월 이후 호주에서는 산불이 6개월 이상 계속됐다.

그런 현상이 지속될 거라 한다. 지난 기상역사로 보아 미국 서남부지역에서는 예전에 없었던 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기상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 근거로 나무의 나이테를 들었다. 날씨가 가물어 물이 없으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쪼그라들어 나이테와 나이테 사이가 좁고 굵기가 가느다랗게 붙게 된다. 비가 많이 온 지역에서 자란 나무와 비가 적게 오는 지역에서 자란 나무는 나이테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세에 최소한 두 차례 50년에서 70년 동안 장기간 심한 가뭄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같은 가뭄이 닥쳐 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가뭄의 원인을 보면 1천100년에서 1천300년께 기온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1750년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경제활동이 광범위해지면서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급격히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 추세로 보아 2050년께에는 최소 2℃에서 최대 4℃가량 기온이 상승할 거라 한다. 그런 제반 여건에 의해 태평양 십년주기 현상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피할 수 없고, 한국도 반도 북쪽에 가뭄을 맞게 될 거라 한다. 

이미 늦었지만 그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선 각국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한 수세기 말께엔 지구 기온이 최대 6℃까지 상승, 불덩이가 돼 원핵세포를 제외한 모든 생물이 살아남지 못하는 최대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 때문에 현존 인류는 물론 미래 인류가 태평양의 순환 패턴인 태평양 십년주기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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