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113분 / 드라마 / 12세 이상 관람가
 

재난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싱크홀’이 출사표를 던졌다.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를 소재로 한 영화 ‘타워(2012)’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의 신작이다. 

 11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세 가족의 가장 동원(김성균 분)은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한다. 술을 진탕 마신 김 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는 동원의 집에서 하룻밤 머무는데, 다음 날 아침 이들이 집을 나서기도 전에 땅이 말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동원과 이사 첫날부터 사사건건 부딪치는 만수(차승원)와 그의 아들(남다름)도 이들과 같이 고립돼 생사를 함께 한다.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싱크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땅 아래 500m로 청운빌라를 집어삼키며 사상 초유의 재난 사태를 선포한다. 영화 속 싱크홀은 우리가 흔히 보는 지반이 조금 내려앉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내리막길을 내달리듯 순식간에 땅속으로 건물이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놀라움을 준다. 창문이며, 벽이며, 모든 것이 깨지고 부서진 채 땅속에 놓인 건물은 실제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한다. 

 제작진은 지하 공간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대규모 암벽 세트를 만들고, 인공적 지진을 만드는 짐벌 세트를 이용해 건물의 흔들림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폭우로 물이 점점 건물 옥상까지 차오르는 장면은 긴장감 넘치는 재난 영화처럼 긴박하게 연출됐다.

 서바이벌 연기를 펼친 배우들은 진흙으로 된 늪에 빠져 입으로 들어오는 흙을 뱉어 내고, 폭포처럼 떨어지는 세찬 물줄기를 맞아 가며 난간을 붙잡고 고공에서 위태롭게 버티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극 중 각자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차승원과 김성균은 영화 후반부에 가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돼 있다. 영화 내내 넘어지고, 구르고, 소리치기를 반복하는 이광수, 김혜준, 남다름의 연기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11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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