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성 인천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소방장
최대성 인천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소방장

소화기는 가장 기초적인 소방시설이지만 화재 초기엔 소방차 1대와 맞먹는다고 말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는 소방시설이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소화기는 보통 빨간색 ABC형 분말소화기이며 일반화재(A), 유류화재(B), 전기화재(C)에 널리 사용 가능한 소화기이다.

 이에 반해 K급 소화기는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2017년 6월 개정된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음식점, 호텔, 기숙사, 의료시설, 업무시설, 공장, 장례식장, 교육연구시설, 교정·군사시설 등의 주방에서는 K급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우리에겐 빨간색 ABC형 분말소화기만큼 낯익지는 않다.

 주방(Kitchen)의 앞글자를 따온 K급 소화기는 동·식물유(식용유 등)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에 적합한 소화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주방에서 기름 성분에 붙은 불을 진화하기 위한 전용 소화기라고 생각하는 편이 쉬울지도 모르겠다. 

 소방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식점 화재 1만3천717건 중 튀김유 화재가 무려 1천746건(12.7%) 발생했다고 한다. 

 그만큼 식용유 등 동·식물유로 인한 주방화재가 빈번하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해서 수돗물을 뿌리거나 분말소화기를 사용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불길을 잡기는커녕 진화에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위기탈출 넘버원’과 같은 재난 대응 TV 프로그램을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식용유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물을 부어 진압하려고 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고, 앞서 소개한 ABC형 분말소화기로 진압하는 경우에도 뜨거운 온도로 인한 재발화 등으로 화재를 막는 데 한계를 보인다.

 이에 따라 식용유 등의 발화 시 기름 표면에 소화기 강화액의 비누화 현상을 이용한 유막층을 만들어 화염을 차단하고, 온도를 빠르게 낮춰 식용유의 재발화를 막는 등 주방에서 발생하는 화재 특성에 따라 유용하게 만든 것이 K급 소화기이다. 

 초기 화재에 큰 위력을 발휘하는 소화기는 화재에 대비해 꼭 갖춰야 하는 기초 소방시설이지만, 단순히 비치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각의 쓰임새에 맞는 적합한 소화기를 두는 것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에 대비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켜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