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개성 있는 납치범들과 경찰들의 추격을 적절히 활용한 긴장감 높은 액션이 돋보인다.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톱스타 황정민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황정민이 자신의 이름을 건 캐릭터 황정민을 연기한다.

황정민은 ‘베테랑’, ‘공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에서 쌓아온 연기 내공을 응축시켜 보여 준다. 잔뜩 힘을 줘 경직된 몸과 붉어진 얼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잘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손발이 묶인 채 상반신만으로 감정의 스펙트럼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다 보니 황정민을 캐스팅하게 됐다는 필감성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영화를 끌고 가는 황정민의 힘도 압도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조연 배우들의 다채로운 색깔도 눈에 띈다. 황정민을 납치한 범인들은 체계화된 조직이라기보다는 리더 최기완(김재범 분)의 명령에 휘둘리는 이들이다. 최기완은 무표정으로 악랄한 폭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2인자 염동훈(류경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혈질이다. 여기에 정신적으로 모자라 보이는 용태(정재원)는 황정민의 팬이라며 엉뚱한 요구를 해댄다.

황정민이 잡혀 있는 장소 외에도 돈을 인출하기 위해 황정민의 집을 뒤지는 최기완, 그런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쫓는 경찰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에 변주를 준다. 골목길을 누비는 자동차 추격 시퀀스는 묶여 있는 황정민을 대신해 시원한 볼거리를 만들어 내고,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보이는 최기완의 예상 밖 행동들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무엇보다 영화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황정민의 이미지나 명대사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황정민이 황정민을 연기하는 영화라는 설정을 이해시키고자 서두를 늘어뜨리지 않고, 그를 대표하는 ‘밥상’ 수상 소감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상황을 압축한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드루와~ 드루와~’, ‘헤이 브라더~’ 등 명대사는 적재적소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공략하며 긴장을 이완한다.

여성 캐릭터인 납치범 샛별(이호정)은 염동훈이 폭주하는 계기로, 또 다른 인질 반소연(이유미)은 황정민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역할이다. 18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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