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여자골프가 올해 2020 도쿄 올림픽 ‘노메달’에 이어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물론 골프라는 종목이 선수 개인의 투어 활동에 중심을 둔 개인 스포츠라는 특성이 있어 국가 간 경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여자골프가 국민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박세리(44)가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따낸 1998년부터였고,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국가적 위기를 겪던 시기와 겹치면서 나라 전체에 희망을 줬던 종목이라는 점에서 여자골프를 마냥 ‘개인 스포츠’로만 내버려 두기 어려운 면이 있다.

AP통신도 11일 ‘LPGA 투어 시즌의 3분의 2가 지났는데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내용의 분석 기사를 실었을 정도로 한국 여자골프의 올해 주춤한 모습이 비단 한국 언론의 ‘애국심’ 때문에 유달리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LPGA 투어에서 3월 KIA 클래식 박인비(33), 5월 HSBC 월드 챔피언십 김효주(26), 7월 VOA 클래식 고진영(26) 등 3승을 따냈다. 2019년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11승을 쌓은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게 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투어 일정이 예년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최근 사례는 2010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19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총상금 450만 달러)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이 없는 시즌이 된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대회 명칭이 지난해부터 AIG 여자오픈으로 바뀐 이 대회는 올해 영국 스코틀랜드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2·6천850야드)에서 열린다. 한국 선수로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인비와 김세영(28)을 비롯해 박성현(28), 이정은(25), 전인지(27), 유소연(31) 등이 메이저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쿄 올림픽 멤버였던 고진영과 김효주는 불참한다.

대회 장소인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는 남자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10개 코스 가운데 하나로 최근에는 2007년과 2018년 남자 브리티시오픈, 2011년 여자 브리티시오픈이 개최됐다. 디오픈이 열리는 10개 코스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편이라 ‘커누스티’ 대신 위험하고 심각하다는 의미의 ‘내스티’(Nasty)를 붙인 ‘커-내스티’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그러나 2007년 디오픈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7언더파, 2018년 같은 대회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8언더파로 우승했고, 2011년 여자 브리티시오픈 쩡야니(타이완)가 16언더파로 정상에 오르는 등 최근 이곳에서 열린 대회 우승 점수가 유독 낮은 편은 아니었다. 이 장소에서 열린 2011년 대회에서는 양희영(32)이 단독 4위, 박인비는 공동 7위의 성적을 냈다.

한국 선수의 이 대회 최근 우승은 2017년 김인경(33)이고,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으로 열린 지난해에는 조피아 포포프(독일)가 정상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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