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20여 년을 마음공부에 관한 책들과 벗 삼아 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어서 제 삶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가까운 친구들은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예전과 달리 조금 더 너그러워졌고 행동 또한 느려졌다고 말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평생 마음공부를 하고 살아서인지 무척 선한 사람인 것 같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겉모습이 조금 바뀐 것처럼 보여도 제 마음속에는 어김없이 탐욕이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정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라는 마음의 속성이 여전히 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곤 합니다.

 「CEO 경영우언」(정광호 저)에 기이한 새에 관한 우화가 나옵니다.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새는 먹이가 생기면 서로 먼저 먹으려고 싸우는 탓에 먹이를 제대로 삼킬 수도 없었습니다. 때로는 싸우다가 서로를 쪼아 피가 나고 깃털이 뽑혀 아홉 개 머리 모두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것을 본 물새가 말했습니다. "잘 생각해 봐. 아홉 개 입으로 먹는 먹이가 결국 같은 뱃속에 모이는 거잖아. 나는 너희가 왜 싸우는지 모르겠어."

 탐욕은 혀가 느끼는 달콤함에 취해 자신을 망가뜨리고, 나아가 공동체 모두를 무너뜨리는 원흉입니다.

 고려 때의 일입니다. 우정이 아주 두터운 친구 셋이서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길에서 묵직한 금덩어리 하나를 주웠습니다. 셋은 이 금덩이로 인해 자신들의 깊은 우정에 금이 가면 안 된다며 금을 팔아서 셋이 똑같이 나눠 갖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뜻밖의 횡재를 축하하는 뜻으로 술을 사다 마시며 실컷 즐기자고 했습니다. 

 한 명이 술을 사러 인근 주막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엉뚱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옳지. 술에다 독약을 타서 두 녀석을 모두 죽이면 금덩어리는 몽땅 내 것이 되겠다.’ 

 그는 술에 독약을 탄 후 태연하게 두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한편 남아 있던 두 친구도 술에 독약을 탄 친구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으로 술 받으러 간 친구를 죽이자고 모의했던 겁니다. 이윽고 친구가 들어오자마자 그를 죽였습니다. 그러고는 받아온 술을 실컷 퍼마셨습니다. 잠시 후 두 사람 모두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한 사람의 탐욕이 부른 결과는 이렇게 ‘너’뿐만 아니라 ‘나’도 죽이고 맙니다. 머리가 아홉 개 달린 새나 금덩어리 하나 때문에 모두 죽게 된 세 친구 역시 불행을 스스로 불러들이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행의 출발은 ‘탐욕’이었습니다.

 「장자」에도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장자가 양나라의 재상 자리를 노린다는 말을 들은 재상 혜시가 장자가 오는 것을 알고는 군사를 풀어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장자가 혜시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남쪽 하늘 멀리 봉황이란 영물이 삽니다. 그는 남해에서 북해로 길게 날아가는 중에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질 않으며, 맑은 샘물이 아니면 마시질 않습니다. 그때 난폭하고 게걸스러운 솔개 한 마리가 어디선가 썩은 냄새가 나는 죽은 쥐 한 마리를 물고 왔는데, 마침 봉황이 높이 날아가는 걸 보고 자신의 먹이를 뺏길까 봐 두려워 봉황에게 성난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공께서는 국상 자리를 보전하는 일이 걱정돼 저를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겁니까? 그러나 공께서 애지중지하는 국상 자리는 제게 단지 썩은 냄새가 나는 죽은 쥐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얼마나 더 공부해야 재상의 자리까지도 죽은 쥐로 여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탐욕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지혜이고, 그 지혜가 개인이나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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