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평범합니까 아니면 특별합니까?" 이 질문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쩐지 튀는 것 같고, 그렇다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자신의 진가가 가려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우리는 모두 비범함과 평이함 사이를 무수히 오가며 살아간다. 상황에 따라서 특별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론 지극히 평범한 나를 마주하기도 한다. 연륜이 쌓이면 평범한 삶에도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청소년기에는 그렇지 않다. 평범하다는 말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특별함과는 반대 지점에 있는 단어로 인식된다. 사춘기 시절 특출난 줄 알았던 자신이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느꼈던 일종의 좌절과 슬픔을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도 던지게 된다. 1989년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는 좌절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깨닫는 소녀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13세 견습마녀 키키는 어린 나이에 독립을 선언한다. 1년 동안 부모를 떠나 자립에 성공해야 진정한 마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녀라고는 하지만 키키의 능력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녀라면 누구나 가진 능력 외엔 별다른 재능이 없었다. 그러나 태생이 긍정적이고 당찬 키키는 어쩐지 앞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에 싸여 새로운 마을을 향해 나아간다. 

고향보다 번화한 대도시에서의 첫날은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찻길에서 빗자루를 탔다고 경찰의 단속에 걸리는가 하면, 사람들 또한 마녀 키키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견습마녀의 규율에 따라 단출하게 입은 검은색 원피스는 화려한 도시의 패션과 대비돼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키키는 빵집에 두고 간 한 손님의 물건을 빠르게 돌려주게 된 것을 계기로 택배업을 시작한다. 빵집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숙소를 마련한 키키는 본격적으로 업무에 매진하지만 보람만큼 힘든 일도 많이 겪는다. 택배일을 할수록 도시 아이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자격지심을 느낀 키키는 날로 의기소침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마법의 힘도 약해져 하늘을 나는 능력 또한 약화된다. 키키는 이대로 마녀가 되길 포기해야 할까?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 배달부 키키’는 나의 가치와 재능에 대한 고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는 작품이다. 극 중에서 키키는 마녀라면 으레 하늘을 날 수 있었기에 그 능력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서툰 비행 실력도 개선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하는 일이 점점 가치 없게 느껴졌고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그렇게 키키는 열등감에 빠져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능력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특별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재능을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뛰고 구르고 넘어지는 과정 속에서 키키는 몸도 마음도 성장한다. 슬럼프를 극복했을 때 키키의 비행은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이전보다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키키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가 높았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특별한 재능은 희귀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더라도 자신에게 내재한 능력을 갈고 닦으면 그것이 곧 재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가치는 외부가 아닌 스스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하며, 여러 이유로 정체기에 빠졌더라도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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