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근대건축유산을 둘러싼 문제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근대건축유산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철거하는 어이없는 일이 반복된다. 그럴 때마다 전문가와 언론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늘 뒷북이다.

멸실·철거되는 문화유산은 대부분 비지정 문화재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대문화유산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인천시는 2015년 11월 비지정 건축유산 관리를 위해 ‘인천광역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철거를 막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니다. 근대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활용하는 정책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근대문화유산 철거는 민관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에만 옛 스기노정미소, 한국스카우트 인천연맹 사무소, 옛 남부역철도관사 등 인천의 근대문화를 간직한 건물이 사라졌다. 강제 징용의 현장인 미쓰비시 사택과 옹진군 인재육성재단이 건설 중인 기숙사 부지 안에 위치한 후카미 단무지(深見漬物)공장 사무실 겸 숙소는 해결될 듯하면서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부평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결정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근대문화유산 철거 소식을 접하면 인천시가 건축자산 관리에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근대건축물 철거를 막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축자산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직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인천시 어느 부서는 매입하고 다른 부서는 철거한다. 인천시와 기초자치단체의 행보도 각기 다르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건축자산에 대한 인식 부재이다. 

인천시는 2019년 건축자산목록화용역을 실시하고, 지난해부터는 건축자산 보전 방안과 진흥구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건축자산의 체계적 관리는 용역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소유자를 만나 설득하고, 그들이 그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현실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업무를 수행할 전담조직과 직원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건축자산 관리를 위해 한옥정책과 안에 건축자산정책팀(6명), 건축자산지원팀(3명), 건축자산문화팀(4명) 등 총 3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무려 13명이 일한다. 담당업무는 건축자산 조사·연구, 건축자산 활용과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인천시는 도시경관건축과 건축계획팀 소속 직원 1명이 다른 업무도 병행하면서 이를 담당한다. 건축자산 관리 업무는 철거와 비난이 이어지는 갈등의 현장이다. 관련 조직 관리 정비가 절실하다.

건축자산을 보존하려는 이유는 역사의 계승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건축자산은 도시를 재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커뮤니티를 높이는 매개체이다. 세계 여러 도시들은 가치 있는 건축물을 활용해 매력 있는 도시공간을 만든다. 도시를 재생한다고 건축자산을 없애는 어리석은 행태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인천에 산재한 건축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전담부서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 여러 부서로 흩어진 건축자산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건축자산 관리를 고도화·전문화해야 한다. 인천시가 관리하는 건축자산 목록에 빠져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건축자산도 수두룩하다. 이를 찾아내려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낡은 건물은 애물단지가 아니다. 동네를 망치는 흉물이 아니다. 애정을 갖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 안에는 반짝이는 보물이 담겨 있다. 건축자산에 담긴 역사의 켜를 제대로 읽어 도시를 재생하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는 하루빨리 전담조직을 만들어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도시재생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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