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공존할 수 없는, 분리된 두 세계처럼 보인다. 현실에서 말하고 숨 쉬며 살아가는 그 호흡이 느닷없이 탁! 끊기는 순간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이상 누구도 그 시간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죽음은 화제로 올려서는 안 될 금기어와 같다. 그런 까닭에 죽음, 장례식, 제사는 더없이 슬프고 엄숙한 시간이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멕시코는 죽음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무엇보다 삶과 죽음을 반대라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자의 오늘은 죽은 자의 어제가 만들어 놓았다는 인식 아래 삶과 죽음을 연결된 세계라 생각한다. 이런 인식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일 년에 한 번, 사자가 이승을 방문하러 오는 ‘망자의 날’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망자들이 오랜만에 이승에 놀러와 그리웠던 이들을 만나고,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도록 시끌벅적한 잔칫상을 준비한다. 디즈니 픽사의 2017년 애니메이션 ‘코코’는 멕시코의 기념일인 ‘망자의 날’에 펼쳐지는 특별한 모험을 담아낸 작품이다.

미구엘은 음악을 좋아해 뮤지션을 꿈꾸는 열두 살 소년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미구엘의 집안은 대대로 음악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돌아가신 고조할아버지 시대로 올라간다. 뮤지션이었던 고조할아버지는 음악을 쫓아 가족을 버린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홀로 어렵게 딸을 키우며 생계를 꾸려 간 고조할머니는 집안에서 음악을 퇴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구엘은 망자의 날을 맞이해 동네에서 열리는 음악대회에 참가할 계획이었고, 이를 알게 된 할머니는 손자를 크게 꾸짖는다. 상심한 미구엘은 집을 나가 전설적인 음악가이자 미구엘의 영웅,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인 델라 쿠르즈의 무덤으로 향한다. 그리고 유품인 기타를 만지는 순간, 저승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살아있지만 망자의 세상으로 들어온 미구엘은 동트기 전까지 조상의 축복을 받아야만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에 미구엘은 음악을 하지 말라는 조건부 축복을 내려주는 고조할머니 대신 고조할아버지인 델라 쿠르즈의 축복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저승에서도 유명 인사인 델라 쿠르즈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망자 헥터를 만나 함께 고조할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떠나는데, 이후 자신과 헥터의 뜻밖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 ‘코코’는 사후세계를 여행하는 미구엘의 모험을 담은 작품으로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미구엘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특히 망자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도 죽은 자들의 입장에서 깨닫게 된다. 멕시코에서는 죽음을 3단계로 인식하는데, 그 처음이 심장이 멈춘 순간이고 두 번째는 땅에 묻힌 순간이라면 최종적인 죽음은 이승의 사람들이 망자를 기억하지 않을 때라고 한다. 저승에서 먼저 간 가족들과 재회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영혼들은 이승의 후손들이 기억하지 않을 때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영화 ‘코코’는 기억과 추억을 통한 연대와 가족애를 따뜻한 분위기로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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