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라우
131분 / 미스터리 / 청소년관람불가
 
이 영화는 브라질 오지 작은 마을 ‘바쿠라우’의 94세 여성 족장 ‘카르 멜리타’가 세상을 떠난 후 바쿠라우가 지도에서 사라지면서 외부의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마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미스터리, 스릴러, 서부극, SF 등 여러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 작품으로 브라질의 경제적 불평등과 외부 세력의 지배와 약탈, 폭력 등의 불편한 현실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브라질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마을 족장 카르 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비행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면서 주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마을 청년 파코치는 수문을 열기 위해 살인을 저질러 수배령이 내려진 룽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룽가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은 대비책을 세우려 하지만 외지인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9살 꼬마에게까지 향하며 더 짙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총과 칼뿐 아니다. 시장 후보 토니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다 찢어진 책들로 주민들을 회유하려 들며 파렴치한 정치권의 행태도 드러낸다. 오랜 시간 지역 갈등과 가난, 불평등에 시달려 온 브라질 사회의 단면이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쿠라우 몰살 작전을 펼치는 백인 용병들은 말 그대로 야만적이다. UFO처럼 보이는 드론에 온갖 무기로 무장한 이들은 살인 병기인 것처럼 인간성을 상실한 발언들과 행동들을 한다. 사람을 죽이며 ‘득점’을 했다고 말하고, 마치 살인이 오락거리인 것처럼 굴며 잔혹성을 드러낸다. 백인 우월주의도 숨기지 않는다.

영화 속 바쿠라우는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줄리아누 도느렐리스 공동감독이 브라질 북동부의 빈민 지역인 ‘세르타오’를 모티브로 삼아 가상으로 만들어 낸 마을이다. 바쿠라우 마을 주민들이 연대해 권력에 저항하는 등의 설정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세르타오 마을 주민들이 인종과 민족의 차이를 넘어 공동체를 형성한 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과 더불어 202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작품으로, 인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안고 사는 브라질 사회의 단면을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영화공간 주안 등에서 개봉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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