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 1만3천500원
 

이 책을 쓴 김초엽 작가는 이미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더스트로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첫 장편소설의 무대로 삼았다. 그는 지난해 말 플랫폼 연재를 통해 발표한 이야기를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수정하면서 한층 더 무르익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 구성부터 세부적인 장면은 물론 문장들까지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지구 끝의 온실」이 드디어 독자들을 만난다.

 이 책은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모스바나’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인물은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식물생태학자 아영이다. 그는 느리지만 멀리까지 뻗어 나가는 식물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놀라운 생명력과 기묘한 이야기에 매료돼 이 일을 시작했다. 과학자로서 원칙을 잊지는 않지만 남몰래 괴담을 좋아해 ‘스트레인저 테일즈’에 접속하는 게 취미인 그다.

 어느 날 아영은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식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알 수 없는 푸른빛까지 목격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노인 이희수의 정원에서 본 풍경을 떠올린다. 방치된 듯 잡초가 무성한 한밤의 정원, 그 위에 마법처럼 떠 있던 푸른빛들을. 대체 왜 갑자기 모스바나가 이상 증식하기 시작한 걸까. 그리고 푸른빛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모스바나를 채집해 분석하는 한편, 스트레인저 테일즈를 통해 이 식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마침내 더스트 시대에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랑가노의 마녀들’이라고 불려온 아마라·나오미 자매에게 닿게 된다. 아영은 그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반드시 듣고자 한다.

 김초엽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타인과 세계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한 작가의 마음이 무성한 숲을 꿈꾸게 한다.  

여행을 기억하다
배중열·고율 / 재승출판 / 1만4천400원
 

이 책은 따뜻한 미소를 품은 치앙마이에서 그린 여행 이야기다.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과 고율은 느긋하게 걷고 편안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치앙마이로 떠났다.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걷다가 멋진 풍경을 만나고, 이름 모를 꽃에 감탄하고, 나무들 사이에 자리잡은 오래된 가게에서 예쁜 소품을 발견하고, 로컬 시장에서 생소한 것들을 맛보고, 인터넷 검색에서 나오지 않은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

이 책은 걸음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에게 더없이 특별했던 치앙마이를 보여 준다. 서로 다른 그림체로 표현된 그림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닮아가는 색감 때문인지 묘하게 같은 느낌을 준다. 서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만난 것인지, 서로 비슷한 취향으로 변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삶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건, 그런 사람과 여행한다는 건 엄청난 행복이다.

불 위의 여자
실라 드 리즈 / 은행나무 / 1만5천300원
 

지금껏 산부인과 전문의조차도 속 시원히 알려 주지 않았던 갱년기의 모든 정보를 알차게 담은 이 책은 독일 전역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46주 동안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

흔히들 갱년기는 자신과는 먼, 노년의 일이라 생각하지만 여성의 몸은 35세 이후부터 차츰 호르몬의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이후 폐경이행기∼폐경전기∼폐경∼폐경기를 거치며 각종 갱년기 증상과 노화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저자는 자칫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몸속 호르몬 체계에 대해 쉽고 친근하게 알려 주며, 이 균형이 깨져 발생하는 질병과 다양한 증상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유방암 논란으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호르몬 요법의 안전성과 필요성부터 성생활, 식습관, 운동, 대체요법에 이르기까지 갱년기에 관한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수시로 오르내리는 열감과 감정기복, 불면증과 관절통, 요실금, 심혈관질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괴로운 증상들로 점철돼 있는 이 시기는, 그저 어머니의 어머니들도 겪어 온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는 말로 일축되기 일쑤다. 독일 최고의 산부인과 전문의인 실라 드 리즈 박사는 이러한 갱년기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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