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스웨덴에는 새로 짓거나 빈집을 리모델링한 노인주택이 있다. 휠체어로 이동 하게 계단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화장실 벽에 손잡이도 단다. 본인 집에 머무르고 싶다면 간병인이 출퇴근해 돌본다.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와도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스웨덴의 노인정책 목표다. 핀란드는 사회주택으로 주거불평등 문제를 풀어나간다. 저소득층과 노숙인, 장애인, 청년, 노인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한번 입주하면 원할 때까지 살 수 있고, 월세를 내지 못해도 홈리스가 되지 않도록 주택보조금을 준다.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분위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앞선 사례를 보며 우리나라 그리고 인천 서구의 복지 현주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서구만 해도 1조 원 예산의 절반가량을 복지 분야에 쏟고 있지만 제대로 된 복지가 이뤄지는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보탬이 되는지 고민이 깊다. 복지는 무엇보다 팍팍한 삶에 힘이 돼 주는 것과 동시에 구석구석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 ‘따뜻하고 행복한 복지도시’를 목표로 촘촘한 복지, 생산적 복지, 가치창출적 복지, 공동체 복지 실현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복지정책의 키워드는 ‘복지 대상자 확대’와 ‘복지 서비스 패러다임 전환’이다. 패러다임이란 다소 거창한 단어를 사용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동안 대상자가 찾아와야만 가능했던 사후관리 중심의 복지에서 ‘찾아가는 사전예방적 복지’로 180도 바꿨다. 복지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보다 명확히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다. 관내 원도심 등 복지 수요가 많은 6개 동에 설치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그 역할을 맡아 선제적으로 위기가구를 발굴 및 지원하고 일대일 맞춤형 사례관리를 실시한다. 복지 분야는 물론이고 고용·주거·교육·문화 등 비복지 분야까지 상담 영역을 확장해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구민분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방문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큰데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직접 물품을 전달하는 것에 특히 고마워하신다.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활약으로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사례가 발굴되고 관심과 돌봄으로 희망을 피워 냈다. 80대 노모와 저장강박증이 의심되는 50대 아들의 경우 쓰레기로 악취가 나는 집안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심지어 쓰레기를 취식하며 살았다. 다행히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자생단체 및 자원순환과 등과 함께 나서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 및 방역을 진행함에 따라 주거환경이 대폭 개선됐다. 노모는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아 건강관리까지 받게 됐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알코올의존도가 높았던 60대 홀몸어르신은 치아마저 없어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안내로 의료급여 노인틀니를 지원받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통해 알코올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해졌다. 

내 손 안의 작은 기부 플랫폼인 ‘서로도움’도 서구의 복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지역화폐 서로e음으로 모은 캐시백을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다는 구민 제안에 따라 지난해 말 시작돼 긴급돌봄이 필요한 이웃에게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6월까지 2천300여 명이 참여, 의료·생계·교육에 걸친 23건의 개별 사례와 화재피해 기업에 기부금을 전했다. 

다양한 민간자원을 활용해 위기가구 지원에 다각도로 나서는 것 또한 서구만의 특화된 복지라 할 수 있다. 2년 만에 사업비가 무려 87% 증가하면서 민관이 함께 나서는 복지체계를 마련했다. 그 중에서도 주거가 불안정해 이사비마저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최소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빈부·이념 갈등에 세대 갈등까지 ‘갈등 공화국’이라 할 우리가 타협을 위한 지름길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이웃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힘이 돼 주는 게 아닐까? 민 또는 관 어느 하나의 책임이 아닌 모두의 숙제이자 의무이기에 서로 잇고 서로 돕는 복지망을 구축해야 한다. 서구가 힘이 되는 복지, 찾아가는 복지, 함께 하는 복지를 펼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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