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WH2)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김정준(왼쪽), 이동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의 ‘최강 복식조’ 김정준(43·울산중구청), 이동섭(50·제주도)이 한국의 마지막 은메달을 따냈다.

김정준-이동섭 조는 5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휠체어등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마이젠펑(32)-취쯔모(20)조를 만나 세트스코어 0-2로 패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도쿄 패럴림픽 마지막 경기를 치른 이들은 은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배드민턴은 도쿄 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됐다.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한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단·복식 모두 결승에 올라 기대를 모았고 2개의 은메달을 따냈다.

이날 오전에는 단식(WH2) 결승에서 일본의 2001년생 ‘신성’ 가지와라 다이키에게 0-2로 패해 2위에 올랐다.

김정준-이동섭 조는 경기 초반 WH1 등급 단식 금메달리스트 취쯔모를 앞세운 중국에 고전했다.

중국은 1세트 초반 날카로운 드롭샷과 강한 스매시에 이은 정교한 네트플레이까지 선보이며 11-5로 앞서 나갔고, 당황한 한국은 1세트를 10-21로 맥없이 내줬다.

2세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은 초반 공격과 수비에서 범실이 잇따르면서 0-7까지 끌려갔고, 점수는 한때 2-12까지 벌어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내 13-16까지 추격했지만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세트마저 14-21로 졌고, 결승전 시작 37분 만에 패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준과 이동섭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다"며 "장애인 배드민턴이 처음 채택된 패럴림픽에서 첫 은메달을 딸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각오뿐"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조’에 대한 심한 견제, 전력 노출이 많이 된 탓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밀이 많이 노출됐다. 다른 나라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고,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당히 평준화됐다"고 했다.

이동섭은 "상대는 10∼30대인데 나는 50살이 넘었다. 김정준 선수도 벌써 40대 중반을 바라본다. 체력적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이 훨씬 좋았고 스포츠 등급 면에서도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3년 후 파리 패럴림픽을 이야기하자 이들의 눈빛은 다시 빛났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 조를 또 만날 가능성에 대해 두 선수는 "100%"라고 답했다.

김정준은 "오늘은 아쉽게 졌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대결에선 반드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설욕 의지를 다졌다.

긴 여정을 마무리한 한국 선수들은 이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소문난 딸바보’ 김정준은 "딸들에게 금메달을 따 간다고 약속했는데 ‘아빠, 은메달 2개 땄다. 많이 좀 봐주라’"며 웃었다.

"두 딸에게 하나씩 은메달을 나눠 줄 생각"이라는 그는 "아내가 패럴림픽 훈련기간 내내 혼자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역시 "아내, 아들딸을 못 본 지 한 달이 넘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걱정해 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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