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윤 인천중부소방서장
금창윤 인천중부소방서장

2019년 1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년이 지난 지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적용하며 가까운 사람과의 만남도 자제하고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곳곳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답답하고 어두운 사회분위기 속에서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의 결실을 맺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한가위 명절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갑지가 않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이 상경한 자녀들과 손주들을 모처럼 볼 수 있는 기회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 서로 간 만남이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추석에는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만남 대신 부모님과 친척 혹은 자녀들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주택용 소방시설은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보이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말한다. 소화기는 층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방마다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들은 화재 시 경보음을 울려 피난을 돕고, 초기 소화로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 소방차 1대의 효과를 톡톡히 해낸다. 

주택 화재 시 소화기와 감지기 덕분에 큰 불을 막은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지난 7월 22일 인천시 동구 송림동 아파트 안방 내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거주자가 소화기를 이용해 자체 진화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사례도 간간이 발생한다. 1월 강원도 원주시에서 주택 화재로 할머니와 9살, 8살 손녀와 손자 등 다문화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화재가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시간대 발생해 더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이다.

이 가정은 재개발지역, 그야말로 달동네라 기초적인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그 시간 화재 경보음이 울렸다면 70대 할머니와 아이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모든 주택에 설치해야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60%에 못 미쳐 설치 촉진 등 대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실정이다.

화재는 뉴스에서만 접하는 먼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에게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존재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듯이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가족과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 하는 한가위가 되길 바라며, 이번 명절은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안전종합세트인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해 보자. 

코로나 시대에서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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