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종종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어 현실 세계로 불러오곤 한다. 심심하거나,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를 찾는다.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 눈에는 보이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나타나는 친구들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는 어린아이 눈에만 보이는 숲의 정령인 토토로를 통해 포근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나 일부 마니아만을 위한 장르가 아니라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누구나 즐기고 공감 가능하다는 인식의 발판을 제공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지브리사의 대표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할 만큼 30년 넘게 큰 사랑을 받아 온 토토로의 매력을 만나 보자.

푸른 밭이 펼쳐진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 커다란 이삿짐 트럭이 덜컹거리며 들어온다. 트럭 짐칸에는 초등학생 사츠카와 어린 여동생 메이가 타고 있다. 아빠와 함께 새 집에 도착한 두 딸은 오래된 목조건물 앞에 선다. 집안을 여기저기 살피던 중 사츠카와 메이는 먼지투성이 도깨비를 보게 되고, 이웃집 할머니는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도깨비가 있다는 말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츠카가 시골로 이사 오게 된 이유는 아픈 엄마 때문이다. 인근 병원에서 요양 중인 엄마의 쾌유를 바라는 동안 사츠카는 바쁜 아빠를 대신해 동생 메이를 돌보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메이는 언니가 학교 간 사이 홀로 동네를 탐험하다 거대한 숲의 정령인 토토로를 만나게 된다. 2m가 넘는 큰 키와는 달리 동글동글 귀여운 몸매를 한 토토로는 토끼처럼 쫑긋한 귀에 강아지를 닮은 얼굴을 한 곰돌이 같은 동물이었다. 어린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이 숲의 정령은 메이와 사츠카가 외롭거나 곤경에 빠졌을 때 홀연히 나타나 아이들을 도와 준다. 그렇게 토토로와 소녀들은 우정을 쌓는다.

정겨운 시골 풍경에서 펼쳐지는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는 만화를 즐겨 보지 않는 중장년 세대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허리를 굽혀 모내기하는 사람들, 넉넉한 인심의 이웃들, 친절하고 푸근한 동네 할머니, 펌프질로 물을 끌어올리는 모습 등은 과거 우리네 시골 모습과 겹쳐서 친근함을 더한다. 여기에 순수한 어린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거대한 숲의 정령이나 고양이 버스처럼 마법 같은 이야기가 더해져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아련한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서사적으로 이 작품에는 절대악이나 적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갈등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빈자리, 요양 중인 엄마와 직장일을 해야 하는 아빠가 집을 비운 동안 두 아이들은 그 상황을 이겨 내고 견뎌 내야 한다. 이때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지켜주는 존재가 바로 토토로다. 숲의 정령인 토토로는 다시 말하면 대자연이라 할 수 있는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모험을 떠나고 위안을 얻으며 성장해 간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웃집 토토로’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힐링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어른들에게도 잠시 잊고 지낸 해맑은 동심을 일깨우는 따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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