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101분 / 미스터리 / 12세 이상 관람가

정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 ‘좋은 사람’은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 분)이 지갑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범인으로 지목된 학생 세익(이효제)에 대한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따라간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세익은 무조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날 밤, 학교에 데려왔던 경석의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또다시 세익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의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흔들리고 의심과 믿음 그 사이에 좋은 사람을 찾는다.

제목이 시사하듯 영화는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경석은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복잡하게 얽힌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조금씩 무너진다. 교사로서 가져야 하는 믿음은 괴로움 속에서 의심으로 바뀌고, 방어적인 자세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일은 또 다른 고민이 된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없는 현실에서 좋은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는 선과 악을 택일하는 옳고 그름과는 다르다. 관객들은 경석이 내리는 선택들이 선생님으로서, 남편이자 아빠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좋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인지 곱씹게 된다.

정욱 감독은 "경석은 실패의 경험이 있는 연약한 사람"이라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 과연 선한 행동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경석은 옳은 결정을 위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모든 것에서 떨어져 나오고 싶어하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며 "진지하게 개입하기보다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 사실 이게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실을 밝히기까지 인물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짜임새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2관왕에 올랐다. 9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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