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전기차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어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500만 대까지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그룹 등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한 가성비 높은 여러 전기차종의 투입 등으로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는 지난해 말 10만여 대였으나 올해는 20만 대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가속도가 붙으면서 2025년이면 글로벌 시장 연간 1천만 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기차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기차 급발진 사고도 증가하고 있고, 화재는 물론 앞으로 침수지역에서의 감전 위험이나 비오는 날 충전으로 인한 감전사고 등도 예상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바로 화재라 할 수 있다. 

매년 내연기관차 화재는 국내에서 5천 건 내외가 발생한다.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약 2천500만 대 정도라 하면 내연기관차 화재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0.02% 정도인데, 하루에 12~13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정도로 간주하면 전기차 화재는 어떻게 될까? 물론 누적 대수가 늘수록 관련 화재도 늘 것이다. 문제는 전기차를 이루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화재가 모두라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인 배터리의 가격 하락과 안전성이 전기차 자체를 결정지을 정도라 하겠다. 

배터리의 미래 중 가장 어두운 부분이 바로 배터리 안정성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진보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타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고 부피와 무게도 가장 적으며, 상당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어두운 부분이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다. 이미 발생한 여러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전소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열폭주 현상은 한 번 불씨가 붙으면 어떠한 소화제를 가해도 꺼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즉, 리튬이온 배터리에 압력이나 충격이 크게 가해지면 화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할 수 있다. 전기차의 근본적인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발생했던 현대차 코나 전기차나 최근 GM의 볼트 전기차 화재로 인한 대량 리콜이 유사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테슬라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화하는 데 약 8시간 동안 7명의 소방대원이 11만L의 물을 소진했다고 언급할 정도이다. 이 같은 물의 양은 미국 가정에서 약 2년간 사용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앞서 언급한 내연기관차의 경우 진화시간은 약 50분~1시간 정도이며 사용되는 물의 양은 약 1천~1천100L이다. 즉, 내연기관차 소화보다 전기차 소화에 100배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모되는 자원이나 인적 구성은 심각도를 넘어 가히 공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적 손실도 많이 발생해 사회적 후유증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재작년 애플사가 미래 모빌리티 수단으로 2024년 미래 애플카를 만들겠다고 선언해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이 발표에서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면서 탑재되는 배터리로 에너지밀도는 떨어지나 화재 등 열에 상대적으로 강한 리튬인산철을 사용하겠다고 언급할 정도다. 애플은 불안하지 않게 아예 열에 강한 리튬인산철을 사용하고, 떨어지는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모노셀 형태로 자신이 배터리 설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미·중 간 경제 갈등으로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 사용은 물 건너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다시 돌아온 듯하다. 앞으로 모두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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