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요즘은 숲 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은 물론이려니와 아파트마다 갖가지 푸나무로 울울창창 숲져 있다. 산소를 내뿜는 숲 속에 들 때의 삽상한 카타르시스는 열락의 순간이다. 잠시나마 삼계팔고를 잊는다. 반세기 이전만 해도 우리의 산하는 헐벗었다. 중국 도문 변경에서 보이는 두만강 건너편 북한 땅의 작금 모습과 다름없었다.

초등학교 때 아카시아 씨앗을 따서 과제로 제출한 기억이 아슴푸레하다. 당시 춘궁기 배고픈 시절, 산기슭 어디쯤 쉬이 볼 수 있던 입간판 ‘산림녹화’를 위해서는 속성수가 보다 필요했던 걸로 안다. 

이로 보면 남한의 우리 영토는 현재 부유하다. 걸고 기름진 토양에 오곡백과가 썩 잘 된다. 온 국민이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와 함께 애써 온 덕분이다.

식목일 즈음에는 해마다 싹 틔워 기른 묘목들이 넘쳐났다. 심은 묘목들이 자라 잎을 떨구고 그게 썩어 부엽토가 됐다. 씨앗이 발아해 새싹을 잘 틔울 수 있는 우량 토질로 바뀌었다.

국가를 이루는 3대 요소 가운데 ‘영토’는 이처럼 풍요로운데, 우리의 주권과 국민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3대 요소가 고르게 꽃을 피워야 실질적인 선진국이라 하겠다. 지난해 세계 인구는 79억 명에 육박해 환경 파괴·식량 부족 같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남한) 인구에 한정해 보면 풍요 속 빈곤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의 인구 현황을 보자.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5천130만 명으로 전해보다 0.2% 증가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주요인의 하나였다. 고령사회의 도래다. 반면 청년인구는 저출산으로 급격히 감소했는데, 노인인구와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올해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0.82%로서 세계 유일의 초저출산국이 됐다. 

이에 한국출산장려협회를 설립해 20여 년간 인구문제와 출산장려운동에 헌신해 온 분을 생각한다. 「다산코리아 행복코리아를 꿈꾸며 출산장려 성공 시크릿」이라는 책을 펴낸 박희준 이사장이다. 그 책에는 제반 현황과 대안이 다뤄져 있어 몇 가지를 짚어 본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립, 이듬해부터 16년간 20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오르지 않았다.

그간 사계 전문가들의 수많은 대책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조응천 의원은 ‘청년이 집이 있어야 결혼을 하는데 결혼해 애 낳아야 집을 주는’ 청년주택 특별공급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이는 ‘둘이 누울 신혼이부자리 펼 데가 있어야 결혼을 하지’라는 이 책의 어느 항목과 맥을 같이 한다. 

출산·결혼을 위한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오늘날 청년세대에게는 취업과 내 집 마련이 현안 중의 현안이다. 영끌·빚투족이란 신조어와 3포를 훌쩍 넘어 10포 세대라는 말까지 떠돈다. 한양대 유혜미 교수는 올 상반기 청년확장실업률이 24.3%로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라고 지적한다.

안타깝다.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는 언제나 올까. 여성부 등 정부 관련 부처를 통폐합, ‘결혼출산장려부’를 신설해 부총리급 장관이 전담한다. 연간 약 1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출산장려금 같은 현금 지원은 중앙정부가, 어린이집 확충 같은 인프라 구축은 지자체가 각각 담당한다.

한국 거주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인구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민청’을 신설하는 등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이 외에도 정부 예산을 절약해 성인 대상 ‘국민배당금’ 지급 같은 것은 국가혁명당의 정책과 상통한다. 또한 출산보국 ‘100’년 대계 등 5가지의 ‘온’(‘백’의 옛말)을 실행코자 이른바 ‘오온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그는 내수 성장으로 자생력 있는 국가경제 규모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1억 명 정도의 인구는 돼야 한다고 본다.

생명(출생)은 고귀하며, 출산은 그 생명을 낳는다. 온 우주를 탄생시키는 숭고한 모성성이다. 싹을 잘 틔워야 숲지듯이 출생 붐이 일어 장차 세계인이 몰려오는 초일류국가를 상정한다.

그 책에 써드린 내 축시의 일부 구절로 마감한다. "헐벗은 민둥산에 묘목 한 그루 더 심듯이/ 출산장려 무르익어 오온캠페인 꽃이 피면/ 탄생의/ 생명 생명들/ 이 나라를 살리리." 시조 읊는다.

# 낙원 코리아

 두 자녀 기쁨 두 배
 세 자녀 행복 세 배
 
 늘 꽃피고 새가 우는
   유토피아 저 코리아
 
    당당히 
 주역이 되어 
 온 누리를 빛내리.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