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선배가 "너는 진보냐? 보수냐?"라고 물었다. 내 입에서 답이 나오기도 전에 그 선배는 말했다. "기자가 당연히 진보여야 하는 거 아냐?" 진보라는 뜻을 풀어보면 그 선배 말이 맞다. 진보는 ‘바뀐 뜻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는 것 또는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수에도 진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보수는 건전한 윤리와 관습,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이념이다. 보수와 헷갈리는 개념이 수구다. 수구는 현재 상태를 최고로 여기며 현재에 만족하고 그 어떤 변화도 수용하지 않는다. 보수는 시대와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개혁이 가능하지만 수구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합리함도 쫓는 것이다. 

언론계에 발을 들일 때부터 진보였는지, 보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수구가 된 사람들이 꽤 있다. 이 수구는 주변 사람을 피폐하게, 환경을 황폐하게 만든다. 수구세력은 주변 곳곳에 있다. 속도를 낼 수 있는 경찰 수사를 방해하기도 한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6일 중·미추홀·서구에 마스크 총 200만여 장을 납품한 업체 대표 A씨를 불러 조사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9일 서구 마스크를 대량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당시 서구 부구청장 B(현재 인천시 2급)씨를 계약일보다 먼저 2차례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3개 구에 약 700원에 마스크를 납품할 당시 국립목포병원이 마스크 1장당 120∼125원, 부산대치과대학병원 77∼144원, 경찰병원 125원 등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C프로축구단에서 주무·통역 등 매니저로 근무했던 D씨는 2년 치 퇴직금 약 800만 원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D씨와 거의 비슷하게 계약한 프로축구단 트레이너는 최근 대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트레이너는 경기가 있는 날 선수단과 동행하는 등 사실상 근로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구단의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D씨도 이 트레이너처럼 경기가 있는 날 선수단과 동행했고 C구단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공공기관들도 수구처럼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십정2구역 원주민들은 2015년 9월 9일 국토교통부 고시를 근거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재개발과 달리 행복주택 등 200가구 이상만 공급하면 준주거로 사업성을 상향해 주는데, 십정2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를 뺀 3천578가구가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배제하고 법정 임대비율인 30%보다 높은 73%로 만들어져 있고,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가를 주민 분양가 830만 원보다 낮은 790만 원으로 책정하는 등 주민보다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사업"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이 소송의 공익성을 이해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과거 인천시의회 및 감사원 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십정2구역 뉴스테이(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을 하면서 ▶임대사업자로부터 받은 계약금 2천억 원이 입금되자마자 바로 출금된 부분 ▶기업형 임대사업자와 계약 해지로 인해 108억 원의 손실을 끼친 부분 ▶비례율 100%를 맞추기 위해 주민들의 감정평가금액을 100억 원으로 낮춘 부분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조사특위 행정감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무산된 사실이 있다. 지난해 2월 10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소송비용 회수 예외 사유로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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