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넘어 새로움에 도전하는 삶은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반한다. 사실 현재 생활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일에 발을 담근다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다. 우선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 안의 목소리도 도전을 머뭇거리게 한다. ‘혹시라도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이 싹을 틔우면 새로운 모험을 향해 방향을 튼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새로운 길을 함께 해 줄 친구가 있다면 도전의 여정은 조금 수월해진다. 2021년 6월 개봉한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루카’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두근두근 설레는 모험을 선택한 물고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탈리아의 작고 한적한 해변가 마을, 그곳에 육지 세상을 궁금해하는 물고기 소년 루카가 산다. 루카는 자신을 단 한 번도 괴물이라 생각한 적이 없지만 지상의 사람들은 루카와 같은 모습을 한 생명체를 바다괴물이라 부르며 두려워한다. 루카는 물이 닿으면 물고기 형상을 띠지만, 물기가 마르면 팔다리가 있는 사람의 형태로 변한다. 이런 특징을 살려 루카는 자칭 인간세상 전문가라는 알베르토와 함께 지상세계 탐험에 나선다. 

 두 친구가 특히 관심을 둔 것은 빨간색 스쿠터 ‘베스파’로, 그것을 타고 세계일주를 넘어 달나라 여행도 가자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하지만 스쿠터를 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루카와 알베르토는 알지 못했다. 좌절하고 돌아설 때 즈음, 마을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포르토로소 컵이라는 일종의 철인3종 경기의 1등 상품이 베스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루카와 알베르토는 줄리아라는 마을의 소녀와 한 팀을 이뤄 포르토로소 컵 우승을 향한 맹훈련에 돌입한다. 하루하루 신나고 활기차게 보내는 루카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 두려웠다. 한편 루카의 부모님은 아들이 인간세계로 올라간 사실을 알게 되고, 아이를 찾으러 지상으로 향한다. 과연 루카는 부모님의 반대와 바다괴물이라는 정체 또한 끝까지 숨긴 채 철인3종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루카’는 한 소년이 자신을 가둔 세상 밖으로 나와 더 큰 세계 속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성장영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성장영화의 궤적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실체보다 부풀려진 과장된 소문과 편견, 그로 인한 차별의 벽을 부수는 것이다. 

 소년 루카는 인간과 물고기의 모습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이종이다. 이는 바닷속에서는 차별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육지에서는 괴물로 인식돼 배척된다. 이는 루카가 새로운 삶에 도전함에 있어 언제나 걸림돌로 작용한다. 자신만이 가진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억제하고 숨긴 채 살아야 하는 상황은 루카만이 아닌 보는 관객들마저도 답답하게 한다. 이에 ‘루카’는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체 속에서 포용하자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환경은 결국 루카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돼 준다. 이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 ‘루카’는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두를 응원하는 가슴 따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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