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의 우주

한귀영 / 메이킹북스/1만3천320원

저자는 깊이 있는 감상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독서 여정으로 처음 독서를 시작하는 초심자들에게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인문학과 공학, 얼핏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영역이 만났다. 일생 동안 공학을 연구해 온 공학자가 인문학을, 독서를, 인생을 이야기한다. 영역을 넘나드는 독서가 이런 것일까.

 저자는 자신이 일생 동안 읽은 책을, 그 아름다운 문장들을 진솔하고도 담박하게 술회한다. 또한 목차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씩 던진다. 이 책은 한 공학자의 사적이고 독특한 독서 기록을 넘어 인생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책을 위한 책이며, 모든 웅숭깊은 책들에 보내는 열렬한 헌사다. 아직 당신의 인생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책을 한 권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지원주택 사람들

김혜정 / 마음대로/9천900원

생존의 기초인 ‘집’마저 숫자로 표시돼 부동산만 언급되는 시대에 집과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담론과 부동산 광풍에 대항할 치밀한 전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숫자로 표시된 부동산의 반대편 끝자락에서 작은 집과 먹고 잠들 시간을 선택하는 최소한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의 고백이 담겨 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의 재테크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복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힘주어 외치지 않는다. 거리가 아닌 자신만의 작은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게 꿈 같다고 말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책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들을 삶의 주인공으로 만든 실무자들의 땀과 애정이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생각과 감정이 날것 그대로 담겼다. 각색하지 않고 어려움을 전한다.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마음을 졸이고, 그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며 조마조마한 이유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회복해 가는 슬기로움을 보여 준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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