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인천영종소방서장
김현 인천영종소방서장

폭염으로 힘들었던 여름을 지나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우리 곁에 스며 오고, 우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가족이 모이지 못하는 세 번째 명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벌써부터 고향 방문에 대한 설렘으로 마음이 들떠 있을 시기이나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추석 연휴 고향 집 방문은 힘들더라도 고향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안전을 선물하면 어떨까 한다. 

얼마 전 주택 주방에서 부주의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화재경보기의 경보를 듣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이날 화재는 1층 거주자가 2층 단독경보형감지기에서 울리는 비상벨 소리를 듣고 화재 발생을 인지해 신고한 것으로,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화재는 단독경보형감지기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진화됐다. 

최근 3년간(2018~2020) 전체 화재 대비 주택 화재 건수는 3만3천724건으로 27.85%이고, 사망자 수는 560명으로 전체 화재 사망자의 54.8%에 달한다. 통계에서 확인된 것처럼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화재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 특히 고향 집 어르신의 경우 연로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기에 화재 발생 초기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화재 사망 원인은 불에 의한 화상보다 연기에 의한 질식이 대부분이다. 화재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피이고, 이를 위해서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가 매우 중요하다. 화재경보기는 화재 감지와 비상벨 기능이 함께 있고 배터리로 작동하며, 연기나 열을 감지한 후 경보음을 울려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장치이다. 침실이나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설치하면 된다. 

소화기는 가구별·층별 1개 이상 비치하면 되는데, 화재 발생 초기에는 소방차 1대와 맞먹는 효과를 발휘한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효과적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장치이다. 1만 원 정도로 인터넷, 대형 마트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불이 났을 때 연기를 감지해 화재 사실을 알려 주는 화재경보기,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를 집집마다, 방방마다 하나씩 설치하는 것은 소방시설법에 의한 모두의 의무이다. 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아직 설치되지 않은 주택이 있다면 나와 이웃을 위해 꼭 설치하고, 올 추석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안전을 선물하는 것으로 고향 집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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