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현재 최첨단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 예전에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휴대전화, 스피커 등이 말을 하면 알아듣고 그대로 이행해 준다. 심지어 청소기와 같은 가전제품도 지시사항을 알아듣는다. 자동차도 차간거리를 인식하고 장거리 운전은 자동차에게 위임을 하는 크루즈 기능이 있어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기도 한다. 점점 더 위험에서 안전을 지켜주는 기능이 보완되고 있다. 기계가 편리함, 안전성, 즐거움을 더욱더 보장해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강의실에서, 세미나룸에서 이뤄지던 일들이 공간이 없어도 가능해졌다. 회의는 얼굴을 보고 진행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아주 편리한 비대면 방식으로 변했다.

세상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하는 일들이 기계가 아닌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1980년대 인공지능의 반란을 소재로 만든 영화 ‘터미네이터’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인간이 기계의 명령을 받으면서 비참하게 생활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 이 장면처럼 인간이 의식주가 보장되지 않은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계가 돌아가도록 인간이 기계를 보조하는 것은 터미네이터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또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예전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새로운 형태와 방법의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대면 생활이 시작되면서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배송에 종사하는 인력이 많이 필요해졌다. 비대면 사회에서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사람들이다.

이들을 요즘은 플랫폼노동자라고 한다. 플랫폼에서 많은 일자리들을 소개하고 이 일자리를 구직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는 감소한다기보다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은 일자리를 모두에게 소개할 수 있고 누구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직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그 일자리가 생계를 보장하고 인생을 계획하는 데 유용하게 하는 일자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많은 배송인력들이 자동차와 자신의 신체를 사용해 임금을 받고 있는데,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데에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능력과 관련 있는 직종이라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여성은 거의 전무하다.

상당히 많은 배송인력이 겸직을 하고 있고, 이들의 신체적 부담은 더 가중돼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자리들이 플랫폼에 올려 놓아서 구인과 구직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키게 된다면 구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장기 인생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는 배송인력, 대리운전 등 플랫폼노동에 속하는 것이 아주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플랫폼을 이용하는 직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노동자들이 많아지면 이들의 불안정한 노동은 사회적 담론의 주제로 등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계와 전자, 통신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생활은 상상하던 대로, 꿈꾸던 대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토피아 이면엔 불안정한 노동층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플랫폼노동의 증가는 편리한 세상이 남긴 숙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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