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프레네스쿨 별 교장
김현수 프레네스쿨 별 교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53.2%가 학업과 무관한 온라인 활동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 온라인 도박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 속 온라인 도박은 가히 이동식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2020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학 청소년 중 약 6만6천 명이 도박 문제 위험집단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하는 장소는 PC방·오락실 등이 42.9%로 가장 많았고 본인 집(24.0%), 길거리·학교 앞(10.9%)이 뒤따랐다. 도박을 하는 시간대 1위는 주말·공휴일(60%)이고, 뒤이어 집에 와서 쉴 때(15.4%), 하교 후 집에 가기 전(13.5%)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처럼 오늘날의 10대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도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 이후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중독을 경고하고 있다. 2020년 UNICEF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사회보건 이슈로 도박 중독 문제를 꼽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도박 문제 위험집단의 비율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2배에서 4배 더 높다고 전했다. 특히 12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하는 도박의 대부분은 온라인 도박이며, 몇몇 국가들에서는 청소년의 8%가 도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중독될 경우 인간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가출, 범죄, 그리고 자살에 이르기까지 비행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성인과 달리 청소년의 도박 문제는 그 심각성이 더 커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우리는 영국의 책임도박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책임도박제의 주요 원칙은 총 다섯 가지다. 첫째, 오프라인 도박장에 미성년자가 접근할 수 없듯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미성년자가 도박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둘째,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엄격한 연령허가제를 요구한다. 연령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는 해당 사행업자가 책임지도록 규정한다. 셋째, 청소년이 도박으로 잃은 돈을 무효화해 청소년에게 책임을 묻지 않게 한다. 넷째, 온라인 도박장에 광고 제한을 적용한다. 그래서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도박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다섯째, 온라인 사행업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주요한 원칙들을 위반했을 때 면허를 박탈한다. 도박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투철한 철학이 반영된 제도라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이용량이 높은 우리나라도 온라인 도박에 대한 책임보호제가 필요하다. 온라인 도박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도박 문제를 대하는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녀의 도박 문제가 의심될 시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같은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도박 중독은 일시적 비행이 아니라 뇌 질병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도박 문제를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탄탄하게 구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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