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우  나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백준우 나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동일한 연령과 성별의 소아·청소년 성장은 내부(유전, 가족력)와 외부 요인(영양, 만성질환, 심리적) 그리고 호르몬(성장호르몬, 갑상샘호르몬, 성호르몬 등) 같은 내부 신호전달 체계로 결정된다. 신생아는 키 50㎝, 체중 3.3㎏ 내외를 보이고 이후 급성장을 시작하는데, 생후 3~4개월 이후 돌까지 성장속도는 점차 감소해 돌 무렵엔 키 75㎝, 체중은 10㎏ 내외가 된다. 출생 후 첫 2년은 영양 공급이 성장의 가장 중요한 인자로 성장호르몬 결핍증도 이 시기엔 작지 않고, 이 시기 미숙아 등에서 따라잡기 성장이 이뤄진다.

이후엔 타고난 유전적, 가족력에 따른 성장을 하게 되는데, 소아기는 성장 속도가 영아기보다 느려서 4세 평균 성장 속도는 7㎝/년, 사춘기 전에는 5∼5.5㎝/년 내외로 유지되다가 사춘기가 오면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다시 성장 급증을 보인다. 병적인 경우(예:성조숙증 등)만 아니라면 성호르몬의 차이가 키 차이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 결국 성인에서 키 차이는 성장호르몬에 따른 성장인자의 양이 유전적, 가족력에 따라 다르다는 것에 기인한다. 성장호르몬은 현재 저신장의 유일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성장호르몬은 야간에 깊은 수면에서 많이 분비되는 특성이 있다. 호르몬도 결국 단백질에서 비롯되고 다른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결국 영양으로 섭취되는 만큼 제때 충분한 수면 그리고 바르고 충분한 식사는 성장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내내 잠만 잔다고 더 크는 것도 아니며, 과잉 영양 공급을 한다고 더 크는 것도 아니다. 무슨 약을 먹어야 더 크는 것도 아니다. 운동 역시 많이 한다고 키가 커지는 건 아니며, 실제 운동을 전혀 안 한다고 못 크는 것도 아니다. 물론 운동은 비만해지지 않는 데 도움을 주고, 숙면에도 도움을 주니 간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니 추천되나 시중에는 너무 과장된 측면이 많다. 실제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 등에서 성장체조, 각종 키 영양제 등을 홍보하고 있으나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경우는 없다. 오히려 반드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에 의존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내원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어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많은 보조제 중 해당 성분이 몇몇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된 건 비타민D, 칼슘(골다공증), 자일리톨(충치 예방)뿐이다. 그 다음 등급인 생리활성기능 1등급(인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다수 실험으로 증명된 성분) 역시 루테인, 지아잔틴, 가르시니아캄보지아, 폴리코사놀-사탕수수왁스알코올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2등급인데, 2등급은 극소수 임상 결과를 주장하나 그 결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성분으로 효능이 실제 있는지 불확실하고, 제시된 논문이 과학적 입증이 안 된 수준이거나 동물실험 단계에서만 확인된 경우로 심지어 임상실험 사례가 단 1건만 있어도 급성 부작용만 없으면 다 등급을 받는다. 

따라서 저신장이 예측되는 경우 먼저 병원을 방문해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지도 아래 검사를 받는다. 출생 당시의 키와 몸무게, 부모의 키, 연 성장속도 등을 바탕으로 성장 곡선을 확인한 후 정확한 계측을 통해 현재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다. 이후 영상검사로 뼈 나이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시행해 저신장의 원인을 감별한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저질환 치료나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치료 용량이 성장호르몬 결핍증, 유전적 증후군, 특발성 저신장증 등에서 다 다르므로 숙련된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나은병원 소아청소년과 백준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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