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생각이나 감정을 교환하는 총체적인 행위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전달할 수 있어야 개인의 불만이나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문명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의사소통을 삶의 필수 활동으로 간주해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학습 역량으로 삼아 교육하고 있다. 

우리의 현행 2015개정 교육과정 역시 6가지 미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의사소통능력을 가진 소통하는 인간(호모 커뮤니쿠스)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높다고 알려진 덴마크. 유엔이 2012년부터 해마다 세계 155개 국가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행복도’ 결과에서 덴마크는 7년 연속 3위권 안쪽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1993년부터 모든 학교가 6세에서 16세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시간씩 공감수업인 ‘Klassens Tid(Class Time)’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업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교사는 공감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카드를 보여 주며 가정을

인지하게 만들고, 아이들의 고민을 모둠 활동에서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외에서 제기되는 각종 문제들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만약 토론할 문제가 없으면 없는 대로 빈둥빈둥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감수업의 배경은 무엇인가?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년)은 「도덕 감정론」에서 과학적 수준으로는 검증할 수 없었지만 감정이 의사소통에 끼치는 영향력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감정적 존재이고, 인식론적으로 동물과 하등의 질적 차이가 없으며 좀 더 진화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물이다. 이성은 오직 감정의 노예로 감정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인간의 감정 조절은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도 포함된다. 실제로 우리는 어떤 감정이 들 때 ‘감정’과 ‘느낌’을 혼용하게 된다. 감정은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에 반응해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감각이다. 예컨대 심장의 두근거림, 피부의 얼얼함, 가쁜 호흡, 배 속의 울렁거림 등이 그것이다. 

반면 느낌은 이런 신체적 감각들에 대한 심리적 해석인 것이다. 예컨대 심장의 두근거림은 설렘, 영광, 감동 등 긍정적인 반응이든지 아니면 무서움, 불안, 불길한 예감 등 부정적인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공감수업을 어떻게 실시해야 할까? 

첫째, 감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게 한다. 이는 유발한 자극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를 통해서다. 누군가가 자기를 화난 눈빛으로 바라볼 때 무턱대고 그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판단하지 말고 화난 이유를 물어보는 등 차분하게 상황에 반응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둘째, 인내와 끈기를 갖고 조바심을 배제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공감해 주고 더디더라도 일정 수준으로 감정 조절 능력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셋째, 가정과 학교에서의 공조체제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발달을 고려해 따뜻하지만 엄격한 양육을 하며, 학교에서는 자율활동을 포함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일상의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지금 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한 탓에 소통이 결여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해 가는 시대이다. 호모 커뮤니쿠스! 이는 결국 공감 능력을 길러 소통하는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교육만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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