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
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

올해 졸업생인 현태는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막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후배들에게 "너의 잠재력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고 강조해서 말하는 그는 우리 학교에서 ‘덴마크 문화의 이해’라는 독특한 수업을 했다. 이 수업은 덴마크 류슨스틴 고등학교와 함께 진행한다. 우리 학생들이 덴마크에 가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덴마크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해 함께 토론하고 수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현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친구들이 모의 수능을 치를 때 학교 도서관에서 SAT를 공부하고, 교사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며 해외 대학 진학 준비를 했다. 미국 대학 면접관들은 덴마크 국제 교류 경험과 그 안에서 진로를 찾기까지 여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반고에서 이런 게 가능하냐고? 그렇다. 우리 학교는 혁신고등학교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3주체회의(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학교 운영 전반을 협의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학교교육과정 수립을 중점에 두고 모든 공동체가 협의했다. 그 결과 ‘자율, 소통, 토론, 조화’를 운영원리로 세우고, 교사들은 ‘자존감, 호기심, 책임감, 자주성, 삶과 연계’라는 5대 역량을 중심으로 수업-평가를 디자인한다. 수업에 집중하면 대학입시는 저절로 준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그래서인가. 다인(졸업생, 고려대 재학)이는 혁신고는 공부 안 시킨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3년간 학교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안 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학생 참여 수업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종합전형에 지원하기에는 혁신고가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우선에 두고 기회를 열어주고, 학생마다 원하는 진로와 학과에 맞춰 지원하는 분위기가 잘 갖춰져 있었으니까요."

소영(졸업생, 서울대 재학)이도 마찬가지이다. "앉아서 하는 공부 말고도 3년 내내 수행평가와 활동으로 무척이나 바빴지만, 그 시간이 헛되게 지나갔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대학에 가면 팀 프로젝트도 많고, 공부도 더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하잖아요. 고교 3년 동안 해 왔던 연습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하는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 어른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예요."

특정 대학입시만 고려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 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진로를 탐색하고 실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활동이 짜여 있다. 

최근 우리 학교는 광운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학습코칭을 시스템화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이 도달한 정도를 살피고 이를 피드백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습코칭 시스템’이 중요하다.

광운대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전자, 인공지능, 로봇학, 빅데이터 등에 강점이 있다. 이 강점을 행정학 등 다른 학과와 연결해 융합 수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대학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이 폭넓게 선택하고 학습해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학교 최고의 강점은 허용적인 교사와 이를 지지하는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학생의 삶을 중심에 놓고 ‘나’를 찾고 실천하는 법을 알려 주고자 애쓰고 있다. 이분들을 보면 필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누가 뭐라고 해도 이런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혁신학교는 모두를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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