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룬 플라톤의 대화록 「향연」에는 인간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 평생 헤매는 까닭을 언급하고 있다. 토론에 참가한 아리스토파네스는 본래 인간은 남성, 여성, 자웅동체 이렇게 3개의 형태를 가졌으며, 각각 두 개의 몸에 하나의 영혼이 깃든 존재라 설명한다. 즉, 인간은 샴쌍둥이처럼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다리가 붙은 채 하나의 영혼을 공유하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이 인간은 이후 신을 공격하면서 그 형벌로 몸이 나뉘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자신과 완전히 한 쌍이었던 영혼의 반쪽을 찾아 떠돌게 됐다는 것이 아리스토파네스가 언급한 사랑의 근원이다. 이 이야기에 비춰 보면 이성애만큼이나 동성애도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인 것이다. 2017년 올해의 영화로 꼽히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이성애와 동성애의 나눔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첫사랑의 떨림과 아름다움을 소중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1983년 여름, 이탈리아. 조용한 가족 별장에서 무료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엘리오에게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고고학 교수인 아버지의 작업을 잠시 도와주러 온 미국인 유학생 올리버. 그의 등장으로 별장과 마을에 활기가 돈다. 훤칠한 키에 외향적인 올리버는 일을 끝낸 자유시간에는 동네를 활보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유의 친화력과 훈훈한 외모는 모든 이의 관심을 모았다. 반면 올리버에 비하면 내향적인 성격의 엘리오는 주로 책을 읽거나 작곡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동경심과 함께 묘한 질투심마저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다. 낯선 이에게 느끼는 호감 혹은 호기심으로 엘리오가 친근하게 다가가려 할수록 올리버의 행동은 어째서인지 엘리오에게만 쌀쌀맞았다. 그런 태도가 상처로 다가올 즈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갖는 특별한 감성을 조심스레 공유한다. 그해 여름, 눈부신 햇살은 축복하듯 두 사람을 비추고 엘리오와 올리버는 끝이 정해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이름을 바꿔 부르며 확인한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나도 그렇게 너를 부를게."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 청년 올리버의 잊지 못할 사랑의 순간을 그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지금보다 더 엄격했던 19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때문에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만나기란 쉽지 않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어두운 밤이나 밀폐된 공간 등 은밀한 장소에서 포착하지 않는다. 여름 햇살이 밝게 내리쬐는 일상적인 장소에서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해 당시의 공기, 습도, 냄새, 촉감, 모습, 소리 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엘리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아름답고도 아픈 첫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뿐, 미화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듯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다시 오지 않을 찬란했던 그해 여름을 부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부르며 느낀 사랑의 일체감, 그 소중한 순간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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