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0

104분 / 서스펜스 / 15세 이상 관람가

‘F20’은 좁게는 조현병, 넓게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다. 제목 F20은 조현병의 질병분류코드를 뜻한다. 

영화는 서울대생 아들 도훈(김강민 분)이 조현병 진단을 받게 되자 아무에게도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엄마 애란(장영남)의 심리를 따라간다. 애란은 도훈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경화(김정영)에게 위로받지만, 막상 경화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이사 오자 도훈의 비밀이 탄로 날까 봐 불안감에 휩싸인다.

도훈의 질병을 모르는 아파트 주민들은 서울대생 아들을 둔 애란에게 우호적이다. 자녀의 과외를 부탁하고자 선물을 주며 살갑게 굴기도 한다. 하지만 아들이 조현병이란 사실이 알려진 경화에게는 한없이 싸늘하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누군가 죽인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자 경화의 아들을 의심하며 모진 말들을 뱉어 낸다.

궁지에 몰린 경화를 보면서 애란은 도훈의 병을 숨기는 데 더욱 필사적이 된다. 도훈이 약을 제때 챙겨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지통을 뒤져 빈 약봉지를 찾아내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 든다. 주민들에게 공격받는 경화를 외면해 버리고, 급기야 경화가 도훈의 비밀을 폭로하는 망상에 이른다.

애란의 극심한 불안감은 광기로 변해 버리고, 결국 모두의 비극을 불러온다. 이는 애란이 연약해서 빚어진 일이 아니다. 사실 애란은 보험 영업을 하며 홀로 아들을 키워 온 강인한 엄마다. 도훈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 좌절하기도 했지만 경화의 도움으로 이겨 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혐오에 가까운 잔혹한 시선은 애란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배척이 빚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춰낸다. 조현병 환자의 70%는 약물치료로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조현병 환자는 물론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은 이런 시선이 가하는 고통을 견뎌 내야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두 중년 여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애란 역의 장영남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두려워하며 점차 무너져 내려가는 내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힘든 상황을 꿋꿋하게 버텨 내는 경화를 연기한 김정영 역시 내면의 단단함을 진정성 있게 전한다. 6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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