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직장은 다녀야지

임해순 / 키효북스 / 1만1천700원

직장생활 25년 차인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자 한다. 지난 시간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좀 더 스스로를 찾고 여유를 갖는 시간으로 흘러가기를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머물렀고 앞으로 머물러야 할 공간들은 과거의 저자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가 되기를 기원한다.

 저자는 자신을 학교라는 텃밭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땅을 일구는 지방공무원이라고 소개한다.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만 있을 것 같은 학교에도 열심히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지방공무원, 회계실무원, 영양에 맞춰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주는 조리실무원, 학교 안전을 맡아 주는 당직 기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청소실무원 등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에는 유명 인사의 말도, 뻔지르르한 무엇도 없다. 저자의 생각과 그의 교육철학이 녹아 있을 뿐이다. 25년 차 직장인의 기록이다. 돌이켜보면 저자의 삶은 커다란 사건도, 이슈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잘 넘겨왔고 무난한 삶의 연속이었다. 다만, 저자는 책에서 위로를 받았다. 책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만났고 책 속에서 벅찬 환희와 포부를 배웠다. 저자는 "책은 삶, 사랑, 인생"이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책을 워낙 좋아해 책 사는 데 주머니 사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책덕후다. 뒤늦게 쓰는 즐거움을 알게 돼 날마다 읽고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제라도 책을 읽어볼까 합니다」, 「글로 모인 사이 6」를 공저했다. 

하루쯤 나 혼자 어디라도 가야겠다

장은정 / 북라이프 / 1만4천220원

이 책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찾아올 때 코로나19 상황에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작은 여행을 선물한다. 지치고 아무 의욕도 없을 때 기분 전환이 되는 여행, 육아 전쟁에서 잠시 해방돼 진정한 자유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여행, 출근길에 문득 방향을 틀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으로 채웠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하루 동안 여유롭게 머무르는 느린 여행을 추구한다. 자발적 고립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숙소, 숲과 바다, 들판 같이 탁 트인 자연, 아기자기한 소도시, 산책하기 좋은 길, 입장객 수에 제한을 두는 장소 등 타인과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최대한으로 가질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여행지와 더불어 그곳의 매력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테마 여행법도 함께 알려 준다.

여행지에 맞게 이른 새벽의 산책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를, 맛있는 빵집 투어를 권하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대로 골라갈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가득하다. 메인 여행지와 함께 둘러보면 좋은 주변 볼거리뿐만 아니라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맛집과 카페까지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은 곳으로만 골라 담았다.

마리에게 생긴 일

이네스 바야르 / 민음사 / 1만2천600원

이 책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외부의 폭력으로 인해 서서히 붕괴돼 가는 한 인간과 거기서 나아가 희생자에게 자행된 주변인의 2차 가해, 그리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잠식당한 어느 가족에 대한 섬뜩한 관찰기다. 도대체 마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은행에서 VIP 고객 전문 자산관리자로 일하는 마리와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축구 선수, 배우 등 셀럽의 이혼 소송 전문 변호를 맡는 로랑.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기에 접어든 이 부부는 그토록 바라던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밤. 마리의 출퇴근용 자전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 훼손돼 있고, 당황한 마리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만 로랑은 사장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같은 시각, 밑바닥으로부터 불행이 서서히 다가와 마리를 덮치는데, 그 여파로 엄청난 물리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마리는 서서히 파멸을 향해 간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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