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과학문명의 발달은 인류가 필요한 재화를 양산해 생활의 불편을 덜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환경오염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래서 과학문명의 발달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비닐수지만 해도 그렇다. 비닐은 폴리에틸렌을 말한다. 폴리에틸렌은 섬유나 가죽 등 일상생활 용품에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때문에 일상생활에 있어 중요한 물질이다. 문제는 토양이나 수질, 대기 등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라는 데 있다. 그런 비닐의 사용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바닷가를 지나다 비닐봉지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봤다. 그 비닐봉지 중 비 오는 날 우산을 담았던 봉지가 가장 눈에 띄었다. 대중이 드나드는 공공시설 등 건물 입구에 비치해 놓은 것을 출입하는 고객들이 잠깐 사용하고 버린 것들이었다. 

빗물에 젖은 우산을 가지고 건물을 출입하면 바닥에 물이 떨어져 쾌적해야 할 실내가 지저분해진다. 그래서 빗물에 젖은 우산을 비닐봉지에 넣어 출입하도록 한다. 취지야 좋다. 문제는 잠시 사용하고 버리는 우산 넣는 비닐봉지를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 환경이 오염된다는 데 있다. 잠시 비 젖은 우산을 담는 데 사용하기 위해 중요한 자원을 낭비하고, 그것을 폐기처리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고려하면 대단히 잘못됐다고 본다. 

2020년 10월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급격히 늘어난 마스크 또한 사용하고 마구 버려지는데, 원단이 화학섬유제품으로 비닐 우산봉지와 다를 바 없다. 그 비닐봉지나 마스크가 땅속에 묻혀 분해되는 기간은 적게는 수십 년에서 많게는 수백 년이 걸린다. 또 소각처리를 하면 유독가스와 악취가 배출돼 대기를 오염시킨다. 그래서 땅에 묻는 것도, 소각처리 하는 것도 문제다. 

비 젖은 우산을 담는 비닐봉지는 효용가치에 비해 환경오염 요인이 너무 크다. 비닐봉지 제조에 필요한 1차 원료인 원유자원만 해도 우리로서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매장된 원유 또한 무한하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짧은 시간 쓰다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그래도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구 환경문제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전 인류와 각국 정부는 지구온난화로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고 각종 오염을 최소화해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한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비닐봉지 소비량이 더욱더 많아진다. 많아진 것만큼 자원이 낭비되고, 낭비가 많은 것만큼 환경오염이 심화된다. 그래서 비닐봉지 대신 우산꽂이를 만들어 비가 오는 날이면 건물 현관 앞에 비치, 그곳에 꽂아 두고 자물쇠를 걸도록 하면 자원 낭비도 줄이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등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생각해 너나 없이 자원 낭비를, 특히 화학제품 사용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원도 절약하고 지구 환경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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