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장구(章句) 하(下)에 나오는 말로 "백성과 더불어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맹자가 제(齊)나라 선왕(宣王)에게 "어떤 음악을 즐기며 누구와 들으시냐?"를 거듭 여쭈면서 나눈 대화에서 나온 말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들이 종과 북, 젓대 소리를 듣고는 골머리를 앓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우리 왕께서 음악을 즐기시면서 어찌하여 우리를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하여 부자(父子)간에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흩어지게 하는가?"라고 불평하며, 또 왕께서 사냥을 하시기에 백성들이 수레소리를 듣고 화려한 깃발을 보고는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푸리며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께서 사냥을 즐기면서 어찌하여 우리로 하여금 이 지경에 이르게 하여 부자(父子)간에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가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가?"라고 원망한다면,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께서 음악을 연주하시는데 백성들이 종과 북, 젓대 소리를 듣고는 모두들 기뻐하는 빛을 띠며 "우리 왕께서 질병 없이 건강하신가보다 어찌 저리 북을 잘 치실까?"라고 하며, 또 왕께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들이 거마의 행차 소리를 듣고 화려한 깃발을 보며 모두들 기뻐하는 빛을 띠면서 "왕께서 질병 없이 건강하신가보다 어찌 저리 사냥을 잘 하실까?"라고 한다면,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께서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면 왕 노릇하실 수 있습니다.』 

정치의 본질은 일반 대중들과 함께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지도자급이 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맹자의 말이다. 지금 여야의 지도급 정치인 중 일반 대중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자질을 갖춘 분이 얼마나 될까? 자꾸 의구심이 든다. 본인을 비롯해 가족들의 흠이 자고 나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이런 행위들과 처리 결과가 그들만의 리그를 치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지방 등으로 나뉘어진 부동산 가격의 차이는 더욱 여민동락과는 멀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지도층은 딴 세상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이야기로 들린다. 

‘부모 찬스’, ‘화천대유’, ‘퇴직금’, ‘법조인 연루’ 등이 뉴스의 핵심어로 도배 중이다. 최고의 처신을 행해야 할 고위직 법조인들의 이름이 줄줄이 소환되고 몇몇 정치인들이 거론되는 과정에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몇 년 정도 근무한 회사로부터 퇴직금으로 몇십억 원을 수령했다는 것과 반성할 줄 모르는 철부지 아들의 거듭된 범법행위 등 그들만의 리그가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정치의 본질은 보수와 진보, 상류층과 하류층을 구별해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치의 가치와 결실은 대중과 더불어 하느냐 않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더욱 여민동락이 절실해진다.  

‘아빠 찬스’와 ‘50억 퇴직금’이라는 뉴스에 상대적 박탈감을 받았을 우리 젊은이들이 심히 우려된다.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장구(章句) 상(上)에 일반 백성들이 떳떳이 살 수 있는 생업(生業), 곧 직업이 없다면 떳떳한 마음이 없어진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들이닥친 비보(?)는 우리 주변의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케 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떨치고 그들을 일으켜 세울 비법을 지도층은 내놓아야 할 때이다.

항산(恒産)이 항심(恒心)을 내게 하듯이 동서남북 4방향으로 나눠 그들을 위한 직장을 만들고 그들의 보금자리도 지어 특별 분양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이번 대선에 멋진 지도자가 뽑혀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정함에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치의 핵심은 여민동락에 있다. 정치와 일반 대중의 생활이 동떨어져 있으면 어느 대중이 작금의 정치 노선을 따르겠는가? 지도층과 대중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로 정책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지도층은 자신의 위치에서 교만하지 않고 자신과 주변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며 삶의 상황을 제어할 줄 알고 매사에 정도를 지나치지 않게 절제하며 재물이 가득 차도 넘치도록 하지 않는다면 대중들과 여민동락이 가능할 것이다.

맹자의 말처럼 사냥터가 좁아도 백성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원성이 커지지만 사냥터가 제 아무리 넓어도 백성들과 함께 하면 칭송의 소리가 자자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젊은이들의 "우리나라 망하게 되었다"라는 걱정 어린 원망의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정 어린 말이 현실이 되기 전에 사회지도층과 기득권은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모두가 편안하고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미래 세대가 있어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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